얼마 전 네덜란드에 있는 한 공동체를 방문했습니다. 집, 학교, 교회, 공장이 갖춰진 작은 ‘소도시’였습니다. 이런 곳이 유럽 전역에 30여 곳이 있다고 합니다. 이 소도시들이 세상의 도시들과 전혀 다른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졌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곳에는 복음 정신과 공동체 정신이 있었습니다. ‘서로 간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재산을 공유하고, 공장 수입으로 장애인과 난민을 돕고 있었습니다. 이 소도시들은 ‘포콜라레 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포콜라레는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하는데, 가족들이 와서 따스함을 누리며 서로 사랑을 실천하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안내하는 분은 “힘듭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 세 번 기도회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성경을 공부하며, 점심과 저녁은 함께 식사합니다. 물론 매일 모인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고, 떡을 나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답은 그들의 이름 ‘벽난로’에 있었습니다. 함께 있을 때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동체의 중요성은 성경 속 ‘라마 나욧’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나욧’은 ‘거주자’라는 뜻으로 곧 ‘라마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사무엘은 은퇴 후 고향 라마로 돌아와 선지자들을 양성했습니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하지 아니하고”(삼상 12:23)라는 고백처럼, 사무엘은 기도에 힘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라마 나욧은 사무엘과 선지자들이 말씀을 배우고 함께 기도하는 영적 공동체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는 일선 사역에서 물러났지만, 공동체를 통해 영적 생활은 계속 이어갔습니다. 네덜란드의 소도시 공동체 사람들처럼, 사무엘과 선지자들도 날마다 함께 모여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영적 모임이 여러 이유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매일 모여 기도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공동체 사람들이 “힘듭니다”라고 솔직히 고백하면서도 여전히 함께 모이는 이유는 혼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영적 온기가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벽난로처럼 따스한 공동체, 라마 나욧처럼 서로를 세워주는 모임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작게라도, 우리가 먼저 그 벽난로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김한호 목사
<강원노회 노회장•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