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의 제63회 소방의 날을 맞으며 11월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을 기념하며 더욱 새롭게 신앙이 삶의 전부임을 고백한다. 신앙은 내게 있어서 ‘안전의 이론’이 아니라 ‘삶의 실천’이었다.
불길 속에서도, 눈물의 현장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는 멀리 있는 미래의 장소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이미 임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달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었는데 이는 3대에 걸쳐 모두 현역으로 나라를 지킨 삶을 인정받은 것이다. 선친께서 경기도 포천의 보병부대에서 전역했으며 나는 시력이 나빠 신체검사 방위판정을 받았지만 KATUSA로 지원해 육군현역으로 만기제대했고, 두 아들도 우리나라 수도를 방어하는 부대에서 제대했기에 병무청 대변인실에서 인터뷰요청까지 왔었다.
이것은 단순한 영예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가문에 주신 ‘충성과 헌신의 신앙 유산’이었다. 그 결단의 순간, 내 마음에는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서의 책임’이 자리 잡았다. 그 후 군복을 벗고 소방복을 입었지만, 섬김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병역명문가 선정은 단순히 가문의 명예가 아니라 “믿음의 가정이 어떻게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가”를 보여주는 작은 표징이 되었다. 즉,“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마 5:14)
다음으로 재난안전의 현장에서 만난 하나님 나라는 나날이 살아가면서 언제나 함께하시는 성령님을 체험하게 되었다.
2019년 소방현장 활동을 하는 가운데 전신마취로 방광암 수술을 받았는데 수많은 재난 현장에서 몸을 던지며 일하던 중, 결국 내 몸에도 병마(病魔)가 찾아왔다. 싸늘한 수술대 위에서 나는 “주님, 제 생명을 주의 뜻대로 사용하소서”라고 고백했다. 이후 회복의 시간을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하나님의 나라는 아픔을 피하는 데 있지 않고, 아픔을 통해 더 깊은 사랑을 배우는 데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과거에 소방의 선배들은 환자 스스로 업무관련성을 직접 입증할 능력이 안되어 공무상재해 심사에서 기각될 것이 뻔하기에 신청조차 못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순간순간 찾아온 도움의 손길이 있어 순탄하게 2023년 공무상 재해(공상자)로 인정받았을 때, 그것은 상처의 영광이 아니라 은혜의 표식이 되었다. 이 땅의 고통 속에도 하나님 나라의 빛은 스며 있음을 깨닫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김성제 박사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