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밥 굶기신 적 있으세요? 라는 질문에 황당한 얼굴로 사뭇 앳된 전도사를 쳐다보던 때가 40년 전 일이다. 갑작스러운 금전적 사고를 당해서 앞이 캄캄할 때 하소연하며 울먹이는 내게 갓 부임한 담당 전도사가 던진 한마디였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내게 그런 일 없으시잖아요? 그러면 그에 대해 감사하시면 됩니다. 감사하시면 은혜 받으십니다. 그날의 말씀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래, 돈만 잃었지 건강을 상하지 않았으니 감사하자. 하나님 말씀이니 따라가 보자 하는 것이 그날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나님을 알게 된 지 10년도 채 되기 전 일이다.
그 후로 그저 주일에 출석만 하는 교인이었다. 2018년 어지럼증이 오더니 연달아 몸에 이상이 생겨 거의 1년에 한 번씩 건강상 대사를 치렀다. 그때 하나님은 확실히 역사하셨다. 무조건 감사하는 사람으로 변모시키시고 남겨진 것에 대한 감사를 저절로 하게 되는 은혜를 베푸셨다. 비로소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을 맛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주일 출석 신자만이 아닌 진정한 종의 자세를 따라하려 애쓰는 기특한(?) 신자로 변화되었다. 아직도 잘하는 것 하나도 없지만 마음만은 항상 천국이다. 기쁘고 즐겁다. 얼굴에 주름도 반갑고 다리가 아파도 여기만 아프니 고맙습니다 하면서 싱글벙글 살아가는 바보가 되었다. 더 심한 바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님밖에 모르는 참 바보가 된다면 그에 더한 은혜가 어디 있으랴.
그 전도사가 교회 창립 80주년 기념 홈커밍 행사에 초청되어 오셨다. 미국에서 목회하는 중에 바쁜 일정을 낸 것이다. 40년 전 얘기를 하며 감사인사를 했더니 활짝 웃는다. 새벽 기도회에서 그 목사님은 평생 감사라는 제목으로 설교하셨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감사를 드리면 그 은혜가 충만하여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설교는 폐부를 깊이 찌르고도 남는다.
80이 넘은 나이에 글을 쓰고 강의하고 단체 일 등의 중요 부분을 맡아 하는 것은 분명 하나님 은혜요, 선물이다. 아무 공로 없는 사람에게 엄청난 기회를 허락하시고 건강하게 살며 감당하게 하시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감사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교만할 정도로 아주 조금만 감사하며 사는 셈이다. 받을 때보다 상실에 감사할 수 있는 믿음을 계속 허락하시기 바란다. 그런 은혜를 부어 주시기만 학수고대한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