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ESG 경영을 평가한다. 단기적인 재무 이익 외에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와 같은 분야의 비재무적인 성과도 평가해야 기업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G 평가를 통해서 기업이 얼마나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 근로조건, 노사관계, 소비자 안전 등의 사회공헌을 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마다 ESG 경영 전략을 세우고 해마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 원장 이인실)은 2024년에 ESG 경영 대신 EPG 경영을 제안했다. ESG 경영에서 사회(Social)를 인구(Population)로 대체해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위기에 대응하는 경영 전략을 세우라는 제안이다. 급격한 인구 감소가 기업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의 인구 문제 대응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한미연은 2024년에 매일경제와 함께 국내 자산 규모 1조 원 이상 300개 기업의 EPG 경영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여성 임직원 출산 휴가, 육아지원,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임산부 차별금지 제도 여부, 육아휴직 이후 복귀 지원, 인권 보호 등 모두 17개 지표를 평가했다. 기초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곳은 삼성전기로 85.3점을 받았다.
그러나 300개 기업의 평균 점수는 55.5점에 그쳤다. 합격점인 80점 이상을 받은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기업은 15곳 뿐이고, 출산 후 복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27곳 뿐이었다. 한미연의 EPG 경영 평가는 인구 위기 대응에 안일한 기업 경영층의 인식 부족을 보여준다. 기업 현장에서 출산·육아 지원은 부실하다는 의미다.
기업의 인구 위기 대응 능력은 출산 휴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 가운데 포스코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포스코는 포항·광양 상생형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출산·육아 임직원 지원 제도를 개선했다. 2019년부터 매년 저출산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2021년에는 보건복지부와 미래세대 인구교육 사업을 위한 협약을 맺고 매년 인구교육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서울대)는 포스코의 사내 가족출산친화제도 효과를 연구했다. 조 교수는 2024년에 한미연 세미나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포스코의 가족출산친화제도 중 상생형 어린이집과 장학금 제도는 협력사 직원도 포스코 직원과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사와의 상생 모범사례로 손꼽힌다”며 “향후 육아기 재택근무 제도가 법제화되면 제도의 활용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인구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 기업이 출산 육아 지원에 소극적이면 인구절벽 탈출은 요원하다. 기업은 생산성 저하와 비용 부담을 염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최근 부영그룹이 출산장려금 1억 원을 지급한 이후 공채 지원자가 5배 증가했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려 준다.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촉진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만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 직장 여성들의 출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기업 경영이 절실하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