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염식단, 차라리 저주라 부르는 편이 낫다. 그 고통은 환자만의 것이 아니다. 무염 식단을 준비해야 하는 아내의 고통도 다 말할 수가 없다. 끼니마다, 그것도 몇 년씩 무슨 메뉴를 차려야 하는지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시장에 가면 식재료들은 차고 넘치고 난 도대체 뭘 사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거침없이 찬거리를 카트에 담아 넣는 여자들을 보면 눈물만 났어요.”
그 한마디가 나를 멍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동안 나의 괴로움에만 집중하느라 뼈가 녹는 간호를 하는 아내와 말없이 가슴앓이를 하는 아이들 생각은 별로 한 일이 없었다. 너무나 이기적인 나를 발견했다.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미안하다는 말 대신 도리어 짜증과 신경질을 부렸으니 아내는 얼마나 내가 미웠을 것이며, 아이들은 또 얼마나 내가 싫었을까.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내가 간 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기에 식구들도 덩달아 구역질 나는 무염식을 먹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맛있다고 후적후적 먹어주던 큰아들 영준이와 작은아들 현준이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난 이제 생선회와 같은 날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다.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건강할 때는 알지 못한다. 음식이 없어 못 먹는 것도 불행이지만, 음식이 눈앞에 가득한데도 먹지 못하는 것도 큰 고통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무심결에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다 감사할 제목이라는 것을, 건강을 잃고 나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물과 소금과의 전쟁 중에도 나는 소망을 품고 감사를 배운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