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세 할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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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지구의 기후변화 탓인지, 나라의 산림녹화가 너무 잘된 까닭인지 산불이 자주 일어나 큰 피해를 가져온다. 짧게는 하루만에 길게는 며칠 걸려 진화가 되는데 때마다 산속 마을 집들이 타버리고 적잖은 인명이 해를 입어 비극적 사건들이 발생한다. 그중에 강원도 산중에 이웃해 살던 세 할머니들의 사연은 특히 구슬프다. 친지 한 분이 신문에서 보았다고 전해온 다음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80대 할머니 두 분과 60대 한 분, 이들은 집들이 떨어져 있지만 다같이 일찍 남편을 여의고 자식들은 도시로 나가 홀로 산속에 남아 살면서 서로 돕고 의지하는 사이다. 지난달 어느 초저녁 마을의 사이렌이 울리고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지시하는 이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아무것도 챙기려 하지 말고 몸만 빨리 나오라는 것이었다.

할머니들이 밖으로 나와보니 벌써 불길이 뒷산을 덮쳤다. 그중 젊은 60대 할머니는 아직 차를 몰기에 먼저 달려 나와 두 이웃 할머니에게 빨리 차에 오르라고 재촉했다. 그중 한 분은 유모차에 의지해 다가왔고 무릎이 불편한 다른 한 분도 뒤뚱뒤뚱 걸어와 세사람이 겨우 모이고 차를 출발하려는데 한 분이 소리쳤다. 개 목줄을 풀어줘야겠다는 말씀이었다. 운전대 할머니가 내려와 부축해 마당으로 들어가 개를 놓아주고 돌아오는데 다른 할머니가 갑자기 생각난 듯 서랍 속 금반지를 꺼내오시겠다는 것이다. 운전자와 두 사람이 또 그 집에 들어가고, 세 사람이 다시 차에 올랐을 때는 이미 불길이 도로에까지 이르렀다. 연기는 더욱 두터워져 앞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고 얼마 가지 못해 차는 길밖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진화가 이뤄지고 소방대원들이 차를 발견했을 때는 운전자와 강아지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반지를 꺼내 온 할머니만 목숨을 건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밤에 있었던 일은 살아남은 할머니가 흐느끼며 전해주었다. 자기가 반지 생각만 안 했더라도 더 빨리 빠져나와 모두가 살아있을 텐데 하며 우셨다 한다. 

비슷한 사연은 잦은 재난들 가운데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지만 사건이 많을수록 사망, 실종, 부상 몇 명, 재산피해 얼마 하는 식의 통계숫자에 묻히고 만다. 전쟁터 포연 속의 전우애, 해난 사고 와중에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해 우선 구조를 양보하는 미담들이 전해지지만 이면에는 나만 살겠다는 인간의 이기심의 사례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기심과 이타심, 인간애와 무관심이 뭉뚱그려져서 매일매일 돌아가고 있다. 

물론 우리의 신앙생활이 우리들의 마음을 좋은 쪽으로 단련하고 가꾸어 가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위기상황을 당하기까지는 나의 인격과 영혼이 어느 쪽으로 나의 선택을 이끌어 갈지 자신할 수 없다. 부단한 기도만이 나를 불길 앞에서 금반지를 향해 달려가지 않도록 막아줄 것이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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