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변화다. 바람은 생명이다”
2026년에는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
싱가포르 항 앞바다에는 작은 센토사 섬이 있고, 그 초입에는 생태박물관이 있다. 작은 영상관에 들어서면 여섯 명의 얼굴이 차례로 등장하며 싱가포르를 설명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자막이 이어진다.
“바람은 두려움이다. 바람은 공포다. 바람은 죽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바람을 황금 바람으로 만들었다.”
초기 무역선들이 바람을 피해 정박하던 항구가 싱가포르였다. 그 항구는 점차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고, 바닷바람은 공포가 아닌 번영의 상징이 되었다. 바람은 싱가포르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바람은 파도를 일으키고 태풍을 몰고온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의 항구에 태풍이 상륙했다는 뉴스는 수많은 생명과 재산이 파괴되었음을 전한다.
태풍은 재앙이고, 파괴이며, 죽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다는 다르다.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따뜻한 표층수가 밀려나고, 심층의 차가운 물이 위로 올라온다. 그 과정에서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되고, 바다는 다시 살아난다. 태풍은 바다를 한 번 뒤집는 밭갈이와 같다. 파괴처럼 보이지만, 생명을 살리는 힘이다. 우리나라의 온대 기후에는 좋은 바람이 많다. 숲을 지나온 바람, 바다를 건너온 바람은 적당한 비를 몰고 와 땅위에 생명을 잉태한다. 봄바람은 꽃을 피우고, 여름바람은 열매를 맺게 하며, 가을바람은 풍요를 불러온다. 가을이 떠나면 북쪽에서 겨울바람이 내려와 눈이라는 이불로 초목을 덮고 잠재운다. 바람은 기온 차이에서 생긴다. 더운 공기가 올라간 빈자리를 찬 공기가 채우며 바람이 된다.
태풍 역시 바닷물의 수온 차이에서 시작된 소용돌이가 커지며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2026년, 디지털 AI(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거대한 태풍은 세계 문명과 사회, 경제, 과학, 국제 관계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올까.
우리는 이미 여러 폭풍을 견뎌왔다.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세계 금융위기까지. 태풍을 극복하는 법도 배워왔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은 큰 파도가 이는 해변을 찾아 나선다. 가장 높은 파도를 기다렸다가 그 위에 올라탄다. 파도타기의 요령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멈추거나 뒤로 물러서면 물에 빠진다. 비행기 역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이륙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변화의 바람이 부는 방향을 향해 도전하고 질주해야 할 때다. 바람이 있어야 동력이 생긴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소용돌이 에너지를 만들어야 비상할 수 있다. 우리는 해본 경험도 있고,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도 가지고 있다.
주변의 어려운 환경은 오히려 상승 기류일 수 있다. 천수만에 가면 수만,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먹이를 먹고, 절묘한 군무를 이루며 날아오른다. 작은 몸집의 철새들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군무를 형성해 상승기류를 타야 한다. 그 군무는 날기 위한 훈련이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태풍 앞에 서 있다. 전진해야 한다. 속도를 줄일 수 없다. 뒤처지면 도태된다. 주춤거릴 여유는 없다. 대한민국의 창조경제, 사회개혁, 정치개혁 역시 바람이 일어야 도약할 수 있다. 신지식, 신정보, 신과학이라는 태풍이 전 세계에서 몰아치고 있는데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긴장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21세기 신지식과 신정보 속에서 우리는 여기까지 잘 달려왔다. 그렇다면 이제, 올 한 해도 더 잘해보자.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날 것이라…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사 43:19) 지금이 어쩌면 문명사적 전환점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의 뜨거운 가슴에 폭풍을 일으킬 엔진 가동이 필요하다.
2026년 붉은 말띠의 해, 홍마를 타고 함께 바람을 일으키며 질주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