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고부 갈등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이 ‘장서 갈등’이고 ‘처가 갈등’이다. 요즘엔 장인 장모를 모시는 남편들도 많아졌다. 한집에 살진 않아도 장모가 가까이 살면서 손자 손녀들을 맡아 길러 주거나 살림을 보살펴 주는 집도 흔하다. 당연히 장인 장모의 발언권도 그만큼 세졌다. ‘처갓집과 뒷간은 멀어야 한다’ ‘사위는 백년손님’ ‘겉보리 3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안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지금은 가정의 문화가 바뀌었다. 요새는 친가나 처가 구별 없이 똑같이 대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처가 쪽에 더 많이 신경 써야만 한다. 그게 남자들의 생존방식일 수도 있다.
이런 시대에는 남편들이 바뀔 수밖에 없다. 아내들이 남편들을 향해 서운해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친정을 대하는 태도들이다. ‘명절이나 제삿날엔 시댁에는 빠짐없이 가면서 친정에 가자는 말은 안해요. 시댁에 갈 때는 갈비다 굴비다 바리바리 싸 들고 가면서 친정에는 달랑 사과 한 박스 가지고 가요. 그뿐인가요? 시댁에 일이 있으면 빚까지 얻어 가며 나서지만 친정 식구들은 안중에도 없어요. 어쩌다 친정에 가도 남편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한 구석에 뚱하니 앉아 있거나 10분도 안 돼서 빨리 집에 가지고 안달을 해요.’
아내는 좀더 있다 가고 싶지만 남편 때문에 불안해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남편이 이렇게 나오는데 어떤 아내가 시댁 식구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자신은 처가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아내에게만 시댁 식구에게 잘하라고 한다면 세상 변한 것 모르고 푼수다.
한번은 젊은 남자가 부부 갈등이 심하다면서 상담을 요청해 왔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아내가 밥상을 차려주고는 말 한마디 없이 문을 탁 닫고 방에 들어가 버린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이런 냉담한 태도에 크게 상처를 입고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신혼 때 시댁 식구들이 연합해서 아내를 공격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아내는 시댁 식구들은 물론 남편에게마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열어 보려고 백방으로 애를 써 보았으나 한 번 닫힌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남편한테 우리 부부는 처가 식구들에게 극진하게 대해 주라고 조언을 했다. 마침 장모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기에 남편에게 조언을 했다. 아내 모르게 병원에 찾아가서 치료비를 중간 정산 결제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장모가 좋아하는 선물이나 용돈을 조금 드리라고 했다. 남편은 아내 모르게 병원에 가서 그대로 했다. 아내가 결국 이걸 알게 됐다. 남편의 이런 행동에 아내는 감동하고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처가 식구들에게 잘한 것 한 가지로 부부 사이의 갈등이 풀린 것이다. 아내들은 남편이 친정 식구에게 정성을 기울일 때 가장 큰 고마움을 느낀다. 평소에 잘못했던 일도 모두 용서가 된다. 특히 친정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남편이 흔쾌히 도와주면 그 고마움은 거의 결정적이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반드시 물질적인 도움만이 아니다. 친정 식구를 제 식구처럼 여기는 따뜻한 마음이다. 작은 관심과 배려와 정성의 문제다. 정성 어린 마음은 돈보다 훨씬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면 아내가 예쁘지 않아도 처갓집 말뚝에 절할 줄 알아야 한다. 남편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하면 아무리 무뚝뚝한 아내도 절로 상냥해지고 예뻐진다.
남편들이여 아내의 환심을 사라. 이제라도 처갓집 말뚝에 절하자. 그러면 노년이 편안할지니라. 아내들이여 세상에 내 서방 같은 놈 없다. 이래도 저래도 이런 사내 하나 있는 게 내게 최고다. 남편이 처갓집 말뚝에 넙죽넙죽 절할 수 있도록 상냥한 여우가 되어보자.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