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인식 변화가 요청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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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 잠시 휴대전화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열어보았다. 그때 40년 전 군 복무 시절 이웃 중대에서 근무하던 한 부사관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훗날 예수님을 믿고 교회 장로의 직분을 받은 분이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의 사진첩에는 인생의 중요한 장면들이 담겨 있었고, 나는 그 사진들을 차분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는 수십 년의 군 생활 끝에 연대 주임상사를 거쳐 군사령부 주임원사로 전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군 복무 중이던 시절에는 부사관에게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교회 장로로서의 삶이었다. 그의 사진첩 가장 중요한 자리에 성탄 트리와 함께 새로 건축한 교회당 사진이 놓여 있었다.

이어지는 사진들 역시 인상적이었다. 당시 4성 장군이었던 군사령관이 직접 주관한 근속 30년 기념 연회에서 가족과 함께 축하를 받는 모습, 전역식으로 보이는 자리에서 부대를 사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초급장교 출신인 필자로서는 군 복무 당시 이런 의전과 예우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세상이 정말 많이 달라졌음을 필자는 2년 전 겨울, 또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총회 군경교정선교부장으로서 ‘사랑의 온차 나누기’ 행사로 3성 장군이 지휘하는 한 부대를 방문했을 때였다. 우리 일행이 사령부 앞에 도착하자, 사령관과 참모 대령들이 직접 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장면은 그 다음이었다. 사령관 다음 순서로 대령급 참모들이 아니라 주임원사가 두 번째로 서서 우리 일행과 악수를 나누며 환영 인사를 한 것이다. 이어진 부대 현황 보고 자리에서도, 그리고 기념 촬영에서도 사령관 바로 옆자리는 주임원사의 몫이었다. 그 순간 필자는 계급사회로 상징되던 군대조차도 구조적으로 크게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병사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부사관을 대표하는 주임원사의 위상과 역할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은 과거 대학사회가 변화해 가던 모습과도 겹쳐졌다. 1980년대 초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수십 명의 교무위원 가운데 직원 출신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주요 보직을 직원 출신들이 맡고 있으며, 우리 장신대 역시 오래전부터 총무처장 보직만큼은 직원이 담당해 오고 있다. 대학사회는 교원과 직원으로 구분되지만, 이제는 ‘직원’이 아니라 ‘직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이제 시선을 교회로 돌려보자. 교회에서 유급으로 사역하는 이들은 교역자와 직원으로 나눌 수 있다. 사무 직원, 기술관리 직원, 미화·경비 용역 직원들까지 포함해, 이들은 모두 교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사역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대하는 교역자들과 교회 지도자들, 제직과 성도들의 인식은 과연 어떠한가.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존중과 사랑으로 대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교회로부터 급여를 받는 직원으로 여기며 함부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교회는 성도들의 모임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세상보다 더 먼저,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말씀을 실천해야 하지 않겠는가. 약한 이를 격려하고 붙들어 줌으로써, 교회를 섬기는 사역에 감사와 자긍심을 품게 하는 것이 교회의 본래 모습일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가장 앞서 이끌어야 할 교회가 뒤처져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비성경적인 모습이다. 사역의 내용은 구분될 수 있지만, 사람 자체와 직분, 사역을 차별하는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교역자부터, 교회 지도자부터 인식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은 교회 안에 분명한 인식의 전환이 요청되는 시대다.

김영철 목사

<월드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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