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이사야 42장 3절)
누가 이 엄마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물론 정신건강의 문제이고 우울증이었다. 원인적으로는 친정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해결되지 못하고 고착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 부모 사이의 갈등에서 엄마를 보호하고 위로하며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른스러운 자녀’로 성장한 것이다. 신체적 나이는 청소년이었지만 정신적 연령은 위독립적인 성인이 아닌 성인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 후에도 자녀를 두고 친정엄마를 돌보며 살아왔고, 경제 활동도 스스로 해야 했기에 어린 자녀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엄마의 팔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팔자가 세대를 거쳐 자녀에게 그대로 답습되었다. ‘팔자’는 정신의학 용어로 정신역동적(psychodynamic) 개념으로 이해되는 대물림 현상을 말한다. 엄마의 어린 시절 역할처럼 중1 아들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 집안 가사일은 어린 아들이 도맡았다. 설상가상으로 외할머니까지 함께 살며 잔심부름을 하고 돌봐주는 역할, 즉 사랑받기보다 사랑을 주어야 하는 위독립적(pseudo-independent)인 위치에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부모와 조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응석을 부리고, 기대고,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야 건강한 독립적 성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아이는 독립적인 것처럼 위장된 ‘성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이와 같은 정신역동적 모습이 현상적으로는 엄마도 자녀도 우울증으로 나타나 치료를 받게 되었다. 엄마는 대상 상실로 인한 우울증과 인지 능력 손상으로 시야가 좁아져 자신을 추스르기도 힘든 상태였기에 자녀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자녀 역시 사랑받지 못하고 주기만 해야 하는 환경에서 에너지가 고갈(burnout)되어 자살 사고로 이어지는 끔찍한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
그래도 이제 교육부의 학교정신보건법에 의해 교육청과 학교에서 학생정신보건사업으로 선별검사가 시행되어 다행이다. 그에 따른 위험군 및 고위험군, 극단적 선택의 위험성이 있는 학생들은 위센터(Wee Center) 등을 통해 심리검사 및 상담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심각한 경우 의료기관에 의뢰해 정밀 검사 및 정신의학적 치료를 돕고 있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장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