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 종종 화재사건이 일어난다. 내가 어렸을 때 농촌에서 어느 겨울 밤중에 화재가 일어났다. 농촌이라 소방서가 없어 주민들이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다가 부었으나 역부족으로 주택 전체가 탔다. 집은 나무로 지었으며 더구나 초가집으로 삽시간에 모두 타버렸다. 최근 도시에서도 종종 공장이나 대형건물 심지어는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일어나 방화시설이 잘 되어 있으며 또 소방서가 지역마다 있어 긴급하게 출동하나 화재진압에 어려움이 현실이다. 그래서 화재로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가 있으며 심지어 소방대원이 진압하다가 순직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사는데 화재사건은 피할 수 없는 재난이다.
1657년 3월 2일부터 4일까지 일본의 도쿠가와(德川) 막부(幕府) 시대에 화재로 에도(현재 도쿄)의 절반이 화재로 탔다. 당시 에도 고멘마초에 최대 규모의 형무소가 있었는데 형무소에도 거센 불길이 엄습했다. 그대로 방치하면 수감자 120여 명이 모두 불에 타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형무소 소장인 이시데 요시후카는 죄수 전원에게 화재사건이 일어났으니 “일단 당신들을 놓아줄 테니 빨리 불을 피하라. 그리고 화재가 수습되면 반드시 이곳 형무소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만약에 당신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현장에서 활복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죄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불을 피해 흩어져 생명을 구했다.
얼마 후 화재가 진압되자 죄수들이 전원 감옥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시데 소장은 이 사실을 보고 감격해 돌아온 죄수들에게 감형을 주기로 마음먹고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죄수 전원은 한 단계씩 낮추어 감형을 받게 되었다. 이시데 소장의 인도주의 정신은 메이지(明治) 시대의 감옥 법을 거쳐 현행 일본의 형사수용 관련 법률에 계승되고 있다. 이는 법보다 생명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죄수들을 풀어주는 일도 중요하며, 죄수들이 불을 피했다가 전원이 다시 돌아온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김광식 목사
<인천제삼교회 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