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매년 1월 26일을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로 지킨다. 1788년 아서 필립 선장이 영국 제1함대를 이끌고 시드니에 도착해서 영국 국기를 게양하고 뉴사우스웨일스 식민지를 선포한 것을 기념한다. 호주 건국을 기념하는 날로 한국의 광복절에 비유할 수 있다.
1994년에 호주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는 이날을 호주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다. 전국적으로 올해의 인물 시상식을 비롯한 공식 행사, 시민권 수여식, 지역 축제, 가족 행사 등을 개최한다.
하지만 호주 원주민(First Nations people)에게는 논란의 대상이다. 원주민 공동체는 이날을 ‘침략의 날(Invasion Day)’ 혹은 ‘생존의 날(Survival Day)’로 기억한다. 침략당한 자신들의 땅, 박탈당한 주권, 희생당한 사람들을 애도하며 항의 시위를 벌인다.
1938년에 아서 필립 선장의 도래 150주년을 맞아 원주민 지도자들은 이날을 ‘애도의 날(Day of Mourning)’로 선포했다. 당시 원주민은 시민권이 없었다. 거주와 이동, 결혼 등 모든 영역을 정부 원주민 보호국의 통제를 받았다. 원주민 아동을 강제로 가족과 격리 수용하는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s)’ 정책도 활발하게 시행했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백인 호주인들이 영국 함대 도래 15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한 것에 반발했다. 시드니와 멜번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원주민 단체, 호주 원주민 연맹(AAL)과 원주민 진보 협회(APA)를 중심으로 행사를 계획했다. 이들은 시드니 시청에서 열린 공식 축하 행진에 참여하지 않고 인근의 오스트레일리아 홀에서 집회를 열었다. 역사상 최초의 전국 규모 원주민 집회였다.
이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원주민에게 가혹한 대우를 중단하고 백인과 동등한 시민권과 교육과 직업의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원주민은 시민권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선언문을 배포했다.
호주 사회는 ‘애도의 날’을 원주민 주간(NAIDOC Week)으로 계승해서 원주민의 권익을 옹호하고 문화를 진흥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호주연합교회는 2018년 제15차 총회에서 매년 1월 26일 직전 주일을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 호주의 역사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원주민들의 트라우마를 인정하며, 교단 산하의 교회들이 원주민 문제를 성찰하고 애도한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