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공동체는 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하나님은 구속의 역사를 단지 개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펼치신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이루어 가셨습니다.
1. 구약의 마을 목회: 구약 성경에서는 사람들의 삶의 배경이 대개 마을이나 부족 공동체였습니다. 이 공동체들은 단순한 생존 단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함께 지켜가는 영적 공동체였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로 부르셨습니다. 이들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함께 지키며 살아야 했고, 그 안에서 서로를 돌보고 섬기며 공동체성을 유지했습니다. 구약의 율법은 공동체 안의 약자와 가난한 자, 고아와 과부를 반드시 돌보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개인의 선행을 넘어서, 공동체 전체가 서로의 삶을 책임지고 나누는 하나님의 이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신 10:18-19).
2. 초대 교회의 마을 목회: 마을 목회의 뿌리는 예수님의 사역과 초대 교회의 삶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큰 도시만이 아니라 갈릴리, 사마리아, 유대의 여러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복음을 전하셨습니다(마 9:35). 예수님의 제자들 또한 각 마을로 흩어져 복음을 전하고, 그곳에서 작은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관계 중심의 사역을 실천했습니다. 초대 교회는 예배와 설교 중심이 아니라 삶 속에서 함께 떡을 떼며, 물질과 시간을 나누는 공동체적 사랑을 실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중세 교회의 마을 목회: 중세 시대의 교회 역시 마을 중심의 사역과 공동체적 신앙의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성직자들은 지방 마을과 촌락을 순회하며 예배를 인도하고, 공동체를 돌보았고, 특히 수도원 운동은 마을 목회의 또 다른 중요한 전통입니다. 수도사들은 단순히 기도만 하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농업, 의료, 교육, 복지 등의 영역에서 지역사회를 돌보는 중심축이었으며 수도원은 마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고, 실제로 사회의 영적, 문화적, 경제적 재건에 기여했습니다. 마을 목회는 수도원 운동에서 영성과 실천의 균형, 공동체 돌봄, 지역과의 통합이라는 중요한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근대 및 현대 교회에서 마을 목회: 근대에 들어서면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하며 마을 공동체의 전통이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다 1980~90년대에 ‘지역사회 목회’ 또는 ‘사회참여’ 같은 용어로 교회는 사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교회가 지역과 단절된 현실에 대한 반성론이 등장하면서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 ‘마을 속의 교회’라는 개념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 무렵 도시의 작은 교회들에서 ‘마을 돌봄, 공동체 활동, 대안학교’ 등의 마을 중심 목회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마을 만들기’ 운동이 확산되었고 2015년 이후에는 워크숍, 목회자 교육, 선교 정책에 마을 목회가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신학교 교육과정에도 ‘마을 목회’, ‘지역사회 목회’, ‘공공신학’ 등이 포함되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지역 교회 역할로서 마을 중심 목회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을 목회는 단지 현대적 사역 방법이 아닙니다. 그 뿌리는 성경 속 하나님 나라 공동체에 있으며 예수님의 사역, 초대 교회의 삶, 중세 수도원 운동, 현대의 다양한 교회 운동을 관통해 흐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역은 시대마다 다양한 이름과 형태로 변주되었지만, ‘사람들과 함께 사는 신앙’, ‘삶 속에서 실천하는 복음’,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강대석 목사
<화전벌말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