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Deal(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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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어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는 놀랍게도 영어 외래어인 ‘Deal(거래)’입니다. 이는 독일이 직면한 ‘트럼프식’ 거래 중심 외교와 국제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Deal’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며, 타국의 우려나 영토보전, 그리고 문화적 자결권을 무시하는 정책 기조를 상징합니다. 과거 독일 외교가 ‘타협’과 ‘공존’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했다면, 이제는 실익만을 챙기는 냉혹한 흥정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5년 8월,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산 제품에 대해 30~35%에 달하는 보복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독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한국 역시 한미 동맹을 가치 중심에서 ‘거래(Transaction)’ 중심으로 재정의하라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타결된 방위비분담협정(SMA)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십 년간 피로 맺어온 동맹의 역사적 가치를 지우고, 안보를 오직 ‘비용과 수익’이라는 장부상의 숫자로만 환산하는 행위입니다.

‘딜(Deal)’을 신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현대 사회가 ‘언약(Covenant)’의 관계를 잃어버리고 ‘거래(Contract)’의 논리에 매몰되었음을 경고하는 영적 신호입니다. ‘거래’와 ‘언약’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러한 논리 속에서 인간관계는 도구화되고, 서로를 향한 환대나 희생은 ‘어리석은 손해’로 치부되며 결국 가장 가까운 이웃마저도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게 만드는 고립감을 자초하고 맙니다. 반면 언약은 하나님의 성품에 기초한 변치 않는 신실함과 상호 책임에 뿌리를 둡니다. 상대의 실력이 부족하거나 상황이 나빠져도 내가 먼저 맺은 약속을 끝까지 지켜내는 헌신이 그 핵심입니다.

이러한 거래적 관점은 우리의 신앙마저 “내가 이만큼 헌신했으니 이 정도의 복은 주셔야 한다”라는 식의 기복적인 모습으로 접근하게 합니다. 이는 성경이 말하는 조건 없는 은혜와 신실한 사랑의 신비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거래 파트너’로 대할 때, 신앙은 메마른 의무감으로 전락하고 영적인 기쁨은 사라지고 맙니다. 결론적으로 ‘딜’이 상징하는 세상은 늘 “내 이익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지만, 신앙은 “우리가 맺은 언약 앞에 나는 얼마나 신실한가”를 물어야 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나라고 유혹하지만, 언약의 사람은 ‘더 깊은 책임’을 지기 위해 그 자리에 머뭅니다. 새해에는 세상의 계산적인 거래 논리를 넘어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신실한 언약적 삶’을 회복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정체성이자 세상을 이기는 힘이 될 것입니다.

김한호 목사 

<강원노회 노회장•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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