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삶에 대한 사색으로만 발견된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발견만이 죽음이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다. 죽음은 공포가 아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명확히 긋고 사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두려움이다. 경계선을 지울 줄 아는 사람만이 죽음에서 자유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을 한 호흡으로 마실 줄 아는 사람만이 자유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끝이면서 시작이다. 졸업(commencement)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인 것과 같다. 병실에서 자주 보고 듣는 일이 있다. 예수를 잘 믿는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하나님을 잘 믿는데 왜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병에 잘 걸리고 고침을 못 받고 죽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요한계시록 21장 4절의 말씀이 생각난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천국에서는 다시 아픈 것이 없다 하시니 이 땅에서는 고치지 못한 병들도 하나님은 다 고치시고 두 번 다시 앓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병들어 죽는 것은 하나님이 고치시기 위해 데려가시는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 죽음은 가장 확실한 치유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렇듯 끝이 아니고 죽음은 영원한 삶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죽음을 투쟁의 대상으로 여기는 나는 누구이고 죽음을 친구로, 영생에 이르는 문으로 여기는 나는 또 누구인가? 생명의 본성은 살고자하는 욕망이다. 본성이 꿈틀대는 곳에서 투쟁의 의지는 길어진다. 죽음을 친구로 삼아야 죽음이 열어주는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본성을 앞세워 죽음과 싸우는 나는 대책 없는 필부(匹夫)이고, 죽음을 운명으로 받는 나는 하나님의 겸손한 경배자이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