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은파기념사업회,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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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선택 아닌 신앙… 김삼환 목사 성역 60년의 기록

은파기념사업회가 김삼환 목사의 성역 60년을 정리한 책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 목회자의 개인적 회고를 넘어, 나눔과 섬김이라는 신앙의선택이 어떻게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세계를 향해 확장되어 왔는지를 기록한 사역 보고서이자 신앙의 증언이다. 설교집이나 평전의 형식을 따르기보다, 삶의 현장에서 실천된 신앙의 궤적을 따라가며 믿음이 사회 속에서 어떤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책은 김삼환 목사의 유년 시절에서 출발 한다. 첩첩산중 농가에서 태어나 가난과 결핍을 일상처럼 겪었던 시간은 이후 그의 목회 전반을 관통하는 신앙의 토대가 됐다. 배고픔과 부족함은 단순한 기억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감수성으로 남았다. 김삼환 목사는 책에서 “가난은 축복이었다”고 회고한다. 아픔을 알았기에 아파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고, 그 공감이 평생의 목회 방향을 결정지었다는 고백이다. 이 책에서 가난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신앙을 형성한 중요한 자산으로 제시된다.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는 명성교회의 외형적 성장이나 제도적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사회의 고통 한가운데에서 교회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차분하게 기록한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서 검은 바다를 마주했던 기억,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우리집’을 지원하며 이어온 긴 동행, 용산 참사와 논현동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과 함께 장례를 치렀던 시간들이 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와 유가족, 이주민과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 역시 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을 삶으로 옮긴 결과로 담겼다.
김삼환 목사는 책에서 “돕는 일에는 정치나 이념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보수와 진보, 진영과 입장을 넘어 눈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라는 인식이다. 이 대목에서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는 사회 참여를 둘러싼 교회의 논쟁에 하나의 분명한 태도를 제시한다. 교회의 역할은 판단자가 아니라 동행자이며, 해석자가 아니라 함께 짐을 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해외 사역의 기록도 이 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전쟁 당시 도움을 주었던 에티오피아를 향한 감사의 마음에서 출발한 명성크리스천병원(MCM) 설립 과정은 작은 나눔이 어떻게 생명을 살리는 사역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달러 헌금에서 시작된 나눔은 의료와 교육 사역으로 확장되며, 오늘날 현지에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통로가 되었다. 캄보디아 교육관 설립과 선교사 자녀를 위한 배움터 사역 역시 같은 맥락에서 소개되며, ‘충분히 가진 뒤에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없는 중에도 나누는 것’이 진짜 섬김이라는 메시지를 구체화한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머슴 정신’이다. 김삼환 목사는 나눔을 거창한 결단이나 영웅적 희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의 작은 선택을 반복하는 삶으로 설명한다. 내가 가진 밥 반 공기를 “너는 내 친구니까”라며 내어주는 마음, 그 소박한 결단이 사랑이며 신앙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신학생 시절, 어머니가 싸준 송편을 혼자 아껴 먹으려다 결국 상해 버렸다는 일화는 이 책이 전하려는 나눔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나누지 않은 것은 결국 자신에게도 생명이 되지 못한다는 깨달음이다.
은파기념사업회는 이 책에 대해 “한 개인의 업적을 기념하기보다, 나눔과 섬김이 삶의 태도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기록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는 신앙이 교회 안에 머무를 때가 아니라 사회를 향해 흘러갈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증언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가진 것을 사용하고 있는가, 우리의 신앙은 지금 어디를 향해 흐르고 있는가. 나눔과 사랑의 가치를 다시 묻고자 하는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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