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지난 천년의 일등은 칭기즈칸이었다. 칭기즈칸을 지명하기 전 미국의 백인들이 일등 상을 주고 싶었던 사람은 콜럼버스였다. 콜럼버스는 미국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1492년 스페인의 여왕 이사벨라 1세의 후원으로 팔로스 항구를 떠나 신대륙을 발견했고, 이 사건은 지난 천년 동안 세계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콜럼버스를 일등으로 선정하기 전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매우 우연한 일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가고자 했던 곳은 인도였고, 그는 신대륙을 발견하고도 그곳을 인도라고 착각했다.
결국 콜럼버스를 포기하고 다시 떠오른 인물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마르코 폴로였다. 마르코 폴로는 1271년 베네치아를 떠나 중국의 원나라 제국을 찾아왔고, 약 1295년까지 동방을 여행했다. 그 여행기 「동방견문록」이 콜럼버스에게 영향을 주어 인도를 향해 항해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3세기 말에 쓰였고, 콜럼버스가 15세기 말 항해를 떠나기까지 약 200년 동안 유럽의 탐험가들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되었다.
그래서 마르코 폴로를 지난 천년의 일등으로 결정하려 했으나 그것도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었으니 마르코 폴로가 찾아간 몽골제국 때문이다. 몽골제국은 세상을 뒤집어 놓았고 동과 서를 연결하는 엄청난 길을 만들었다. 결국 역사는 누가 길을 만들었는가로 그 영향력을 결정한다.
콜럼버스가 1492년 스페인을 떠나게 된 원인은 사실 인도로 가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실크로드가 열려 유럽에서 동양의 모든 길을 갈 수 있었으나 1453년 오스만 투르크의 이슬람 제국이 아시아로 통하는 길목을 막아버림으로 향신료와 금, 은 등 모든 물품의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길이 막히니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역사의 진보다. 길을 찾는 것이 역사의 가장 중요한 여정이다. 어쩌면 하나님의 구원사도 그런 과정을 거쳐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길을 찾고 만드는 삶이 승자의 삶이다. 길을 만들고 찾는 사람이 역사의 주체다. 칭기즈칸의 위대함은 바로 길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몽골 초원의 작은 유목 부족을 데리고 세계를 넘나들며 길을 만들었다. 동양과 서양의 길을 개척하고 인류 문명사의 길을 창조했다. 그는 자신이 가는 길목에 역참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가장 빠르게 소식을 전했으며 그 역참을 통해 제국을 통치했다. 길이 만들어지면 세상은 바뀐다.
칭기즈칸이 길을 만들었고 그 길을 찾아온 이가 마르코 폴로이며, 콜럼버스도 인도로 가는 길을 찾아나서 신대륙까지 발견했으니, 길을 만든 모든 이들은 위대하다. 그들 중 칭기즈칸이 가장 먼저 그리고 넓고 길게 세상을 하나로 잇는 대로를 만들었으므로 그를 일등으로 선정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몽골제국이 세워진 지 800년이 훨씬 지난 21세기에 나도 그 몽골에서 길을 찾는다. 한반도를 하나로 잇는 평화와 통일의 길이다. 남과 북을 잇고 몽골과 하나가 되며 중앙아시아를 넘어 지중해까지 하나의 길을 만드는 새로운 구원의 실크로드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몽골을 통해 북한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선다. 지금은 막막하고 무지개를 찾아 나서는 철없는 아이의 도전인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나는 그 길을 만들 것이다. 반드시 그 길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당신과 길 위에서 만나고 싶은 이유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