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깃털같이 가볍다. 도라지 한 움큼을 사고 싱글벙글하며 걷는다. 명절 때나 사던 도라지를 아무 날도 아닌 때 사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비싸다는 생각도 있고 왠지 평소에 그냥 먹는 음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는 집에 가는 길 건너편이라 잘 안 다니는 길인데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는 길목이라 요즘에 자주 지나다니게 되었다. 인도에 무슨 설치물이 있어서 유난히 좁아진 길목에 할머니가 앉아서 도라지와 더덕 등을 칼로 껍질을 벗겨서 팔고 있다. 추운 날씨에 맨손으로 작은 칼을 들고 정성스레 도라지 껍질을 벗겨서 소담스레 담아놓고 파는 그 앞을 지나오려면 송구스럽고 미안했다. 할머니의 맨손을 보면서 내 장갑이 무안하고 온몸을 감싼 외투가 민망했다.
식구가 없어 음식을 잘 먹지 않아 조금만 준비해도 절반쯤 버릴 때가 많다 보니 음식을 만드는 일이 겁이 날 지경이다. 할머니의 도라지를 한번 팔아드리고 싶은데 그런 형편이라 그냥 지나쳐 올 때마다 미안했다. 그러던 중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도라지를 나물로 무친 게 아니라 유자청에다가만 살짝 버무려 내놓은 샐러드를 먹고 맛있기에 오늘은 할머니 도라지를 사들고 가는 중이다. 샐러드 얘기까지 하며 손님들에게 말해 주면서 팔아보시라 했다. 밀린 숙제를 한 것처럼 마음이 이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나이가 드니 이제야 철이 좀 드는가 보다. 요즘은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온 것 같은 생각에 어떻게 나눌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실천은 별로 못하고 끙끙거리며 지나는 중이다. 그 할머니를 보면서 저분의 도라지를 팔아드리는 것도 바로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아주 조금이지만 그 일을 해 낸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우리는 나누는 일을 큰 일로 생각하고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기에 실천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마음에 내킬 때 작은 일이라도 실행하면 세상은 좀 더 밝아지고 훈훈해질 것 같다. 나눔은 받는 사람을 위한 일이기 전에 바로 자기 자신의 기쁨임을 실감한 하루였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