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초 입원 첫날, 엑스레이 촬영,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 CT 촬영 등 판에 박힌 검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간질환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균혈증이 돌발했다. 첫 번째 위기였다. 억지 점심 후 칼로 쑤시는 듯한 복통으로 치딩굴내리딩굴했다. 한 무리의 의료진이 달려들었다. 진통제 투여, 혈액 채취, 수액과 항생제 주사를 연달아 주사한다. 균혈증의 원인을 캐기 위한 세균 배양 기간이 2~3일 소요된단다. 그동안 견뎌내느냐가 문제다. 주치의가 아내를 불러 말했다. “사모님,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대단히 어렵습니다. 가능성이 20퍼센트도 안 됩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이 흑암처럼 덮쳐왔어요. 어둠의 세력에 눌리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는데도 후들거리는 무릎을 어찌할 수 없었어요.” 아내는 회상한다. “에둘러 장례 준비를 하라는 주치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지요. 울음보가 곧 터지려고 했어요. 그 순간 흑암 속에 한 줄기 빛이 날아들었지요. 하나님의 음성과 함께. ‘딸아! 내가 널 사랑한다. 두려워 말라. 무서워 말라. 죽음의 세력과 맞서거라!’ 그때 난 마음속으로 놀라운 말을 하고 있었어요. ‘20퍼센트요? 정말이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제겐 0.001퍼센트만 있어도 돼요. 우리에겐 예수님이 계시니까요. 선생님, 두고 보세요. 제 남편은 꼭 살아날 것이니까요.’”
아내의 믿음과는 달리 투병의 전황은 날로 불리해졌다. 믿음에 역행하는 환경은 심각하게 믿음을 시험한다. 엉그름 간 논바닥같이 가스러진 살갗, 앙상하게 말라버린 가슴과 허벅지가 하루하루, 한 시간 한 시간 생명이 꺼져감을 똑똑히 보여준다. 날마다 늘어만 가는 복수가 나를 지독히도 괴롭혔다. 복수가 20리터쯤이나 되니 배는 만삭의 임산부만큼이나 부풀고, 배꼽은 작은 사과만큼이나 밀려나와 곧 터질 듯 붙어 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링거액과 한 주먹씩의 약과 주사가 나의 사그라지는 생명을 억지로 억지로 붙잡고 있다. 마치 꺼져 가는 불씨를 후후 불며 살려보려는 아우성 같다. 생명이 풍전등화 같았다. 이러한 때, 나와 아내를 강하게 붙들어 준 것은 목사 안수에 대한 소망이었다. 그 소망이 없었던들 나는 거친 투병의 밧줄을 놓아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죽음에서 나를 건지신 구원자이시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