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선교-소명의 사이렌]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인간 존엄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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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우리 직장에서 점심을 함께 먹고 티타임을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웃음꽃이 만발했다. 남자들만 있는 자리에서 가십거리이긴 했지만, 직장 상사가 화제를 식물과 동물을 거쳐 사람과 관련된 수간(獸姦) 이야기로 꺼내자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모임 중 연장자인 장로님이 “역사적으로 사형제도에 활용되었다”라고 말해 더욱 놀랐다. 그러나 ‘설마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생겨 자료를 찾아 연구하고 고찰한 결과, 그분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릎을 칠 정도의 깨달음이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발전과 성숙의 기록인 동시에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는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형벌과 처형의 역사는 인간이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는 행위, 즉 수간은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철저한 금기로 여겨졌다. 성경은 이를 분명히 규정한다. “짐승과 교합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레 20:15). 이 말씀은 단순한 도덕 규범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세우신 질서에 대한 선언이다.

창세기 1장 27절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음을 밝힌다. 동시에 하나님은 각 생물의 종류와 경계를 구분하셨다. 인간은 그 질서 안에서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역사 속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고대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 수간은 대부분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로 다루어졌으며, 이는 공동체의 정결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엄중한 경고로 여겨졌다.

북미 식민지 시대 역시 다르지 않았다.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는 수간이 살인과 같은 수준의 중범죄로 취급되었다. 사회는 이를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는 행위로 보았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인류 역사에서 수간은 언제나 처벌의 대상이었지만, 그것이 형벌의 수단으로 제도화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문제의 핵심은 형벌의 방식이 아니다.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인간을 수단으로 보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보는가에 따라 사회의 모습은 달라진다.

성경은 인간의 존엄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단순한 도구나 수단으로 취급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간음한 여인을 정죄하려는 사람들 앞에서 주님은 말씀하셨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 이는 정죄와 망신이 아니라 회복과 성찰의 길을 제시하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와 같은 잔혹한 처형을 시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공개 처벌’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을 드러내고 비난하며 수치심을 통해 통제하려는 문화가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방식은 달라졌지만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창조 질서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질서는 억압을 위한 규제가 아니다. 생명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우기 위한 질서이다. 인간이 이 질서를 벗어나 욕망과 권력 중심으로 행동할 때 사회는 결국 공포와 폭력에 의존하게 된다. 반대로 창조 질서에 순응할 때 존엄과 책임, 그리고 사랑이 공동체의 기초가 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공포와 수치로 질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창조 원리 위에 공동체를 세울 것인가. 역사는 분명히 말한다. 창조 질서를 거스른 인간의 길은 결국 폭력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질서에 순응하는 길은 생명과 회복으로 이어진다.

다음 기회에 직장 상사가 ‘수간’이나 ‘동성애’와 같은 소재를 꺼낸다면, 하나님의 세상 창조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로 권면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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