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의 평균수명은 다른 호주인들보다 짧다. 2005년 호주 정부의 <사회 정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주민과 비원주민 간의 격차가 약 17년이나 된다. 보고서는 호주 보건성 자료를 토대로 원주민 남성의 평균수명이 약 59.4세로 비원주민보다 약 17~18년이 짧고, 원주민 여성은 약 64.8세로 약 17년이 짧다고 밝혀서 경종을 울렸다.
호주 정부는 2007년에 ‘17년 격차 해소’를 슬로건으로 내세워서 본격적으로 격차 해소 사업에 착수했다. 호주 정부는 2031년까지 25년 동안 격차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4개 분야, 19개 항목에 걸쳐서 격차 해소 사업을 추진했다. 해마다 한 해의 사업을 평가하고 새해의 목표를 제시하는 <격차해소 보고서(Closing the Gap)>를 발행하고 있다.
수명 격차는 단순히 의료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을 안고 있다. 원주민의 실업률과 빈곤율이 매우 높아서 평균 소득이 타 인종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많은 수의 원주민이 오지에 거주해서 위생 시설이나 기본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지리적인 격리로 적절한 시기에 의료 서비스를 받기도 어렵다. 문명과 문화의 시대적인 격차가 근본적인 배경을 이룬다. 석기시대의 문화를 영위하던 원주민들이 한순간에 철기시대로 돌입한 데서 비롯된다. 유럽인을 통해 질병이 유입되고, 강제 이주나 아동 격리 등의 역사적 차별도 작용했다.
한편 호주 통계청은 2009년에 ‘직접 연결 방식’ 등의 통계 기법으로 정밀하게 확인해서 수치를 남성 11.5년, 여성 9.7년으로 조정했다. 2005년 보고서가 통계상 한계로 실제보다 격차가 더 크게 집계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시행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2020년에 호주 정부와 원주민 대표기구는 ‘신 격차 해소 국가 협정’을 체결하고 4개 우선 개혁 과제에 합의했다. 공식 파트너십 및 공동 의사결정, 원주민 주도 지역사회 통제 부문 강화, 정부 기관의 변화, 지역 단위 데이터 및 정보 공유 등 네 가지에 합의했다. 격차 해소 사업에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참여를 통해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다.
격차해소 사업은 세부적으로 보건, 영유아, 교육, 고용, 사법, 안전, 주거, 토지 및 문화 등의 영역에 걸쳐서 19개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유아 교육이나 토지와 해양 권리 등 4~5개 항목만 뚜렷하게 개선되었다. 성인 수감률이나 아동 보호, 자살률, 아동 발달의 네 영역의 지표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성인 수감률의 경우 2023~2024년에 수감자 수가 15%나 급증했다. 자살률도 젊은 층의 자살률이 기준 연도 이후 오히려 상승해서 정부의 정신 건강과 복지 지원 체계 문제점을 노정했다.
2026년 2월 26일에 발행한 최근 격차 해소 보고서는 암울한 전망을 전하고 있다. 2020년부터 22년에 태어난 출생아를 기준으로 원주민 남성 아동의 기대수명은 71.9세로 비원주민 80.6세보다 8.8년이나 짧고, 여성 아동은 75.6세로 비원주민 83.8세보다 8.1년이 짧다. 게다가 오지 거주 원주민의 경우, 비원주민과 수명 격차가 최대 12.4년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07년과 비교하면 격차가 줄었지만, 개선 속도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격차가 소폭 증가하는 양상도 보인다. 최종적으로 동 보고서는 2031년까지 이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구석기 시대의 문화를 영위하던 호주 원주민이 시대를 뛰어넘어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까지는 여러 세대가 더 소요될 전망이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