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제주4·3 희생자 추념일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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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을 맞아, 고통을 겪고 있는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제주4·3은 한 지역의 비극을 넘어, 국가와 사회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묻는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입니다. 이유도 모른 채 희생된 수많은 생명, 가족과 마을이 겪어야 했던 상실과 강요된 침묵은 지금도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무게로 남아 있습니다. 총회는 그 아픔과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유가족의 눈물 곁에 서며, 기억을 책임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총회는 제110회기 주제인 “용서, 사랑의 시작입니다”(사 55:7, 엡 4:31–32)로 정했습니다. 우리는 이 정신에 따라 4·3의 상처를 치유와 화해로 이끄는 길을 모든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함을 선언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용서는 진실을 덮는 망각이 아니며, 가해의 책임을 흐리는 면죄도 아닙니다. 용서는 진실 위에서만 가능하며, 정의의 토대 위에서만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회는 피해자에게 위로를, 가해자에게 사죄를 요구하며 정의를 이루고, 나아가 모든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며 증오의 악순환을 끊는 평화의 길을 천명합니다.
제주도는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의 슬로건을 “4·3의 역사는 평화를 품고, 역사의 기록은 인권을 밝히다”로 정했습니다. 이것은 4·3의 기억을 통해 오늘의 평화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총회는 교회가 ‘기억의 공동체’로서 역사적 사실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전승하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상처를 덮는 침묵이 아니라, 존엄을 세우는 기억을 통해 다시는 이 땅에서 인간의 생명이 이념과 폭력에 의해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아울러 총회는 교회의 기도가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교회는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약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연대하며, 구조적 폭력과 차별에 맞서 인간 존엄을 수호하는 ‘평화의 사도’로 서야 합니다. 이것이 4·3의 역사 앞에서 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크게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책무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오늘, 제주4·3의 아픔을 마음에 새기고 유가족과 함께 울며, 정의와 평화, 화해의 실현을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선언합니다. 용서가 사랑을 낳고, 사랑이 정의와 평화로 열매 맺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교회가 더 깨어 기도하고, 더 책임 있게 행동하겠습니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동백꽃처럼, 고난의 역사 위에 부활의 소망이 제주4·3 희생자 유가족과 우리 모두에게 더욱 깊이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2026년 4월 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정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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