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선교-소명의 사이렌] 비상근무날에도 부활절 헌금으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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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봄은 유난히도 시리고 무겁다.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이 뒤얽힌 중동의 전운은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전 세계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연일 치솟는 유가는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으며, 급기야 승용차 5부제를 넘어 홀짝제 운영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속에 맞이한 2026년 4월 5일은 절기상으로도 매우 엄중한 날이다. 만물이 맑고 깨끗해진다는 ‘청명(淸明)’이자 나무를 심는 ‘식목일’이며, 건조한 날씨와 성묘객의 증가로 산불 등 대형 화재의 위험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다. 이에 대한민국 소방은 전 국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화재 비상경계근무에 돌입했다. 소방방재학과 교수이자 소방지휘관인 필자 역시 24시간 현장을 지키는 비상근무의 자리에 있다.

문득 1년 전의 기억이 새롭다. 2025년 청명과 한식 비상근무 당시, 필자는 공동묘지인 하늘공원 정상에 화재가 발생해 긴급출동했다. 성묘하러 온 중국인들이 조상을 기리며 지전(紙錢)을 태우는 풍습 때문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느라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사투를 벌였던 사실이 생생하다. 

그날의 매캐한 연기와 땀방울을 기억하며, 올해는 제발 아무런 사고 없이 평온한 절기가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러나 이 엄중한 긴장 속에서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기쁨의 소식이 있다. 오늘이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고 다시 사신 ‘부활절’이라는 사실이다. 성경 요한복음 11장 25절에서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이 말씀은 전쟁과 경제적 고통, 재난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재적인 소망이 된다.

오늘 필자는 부활절 아침을 교회 예배당의 장의자가 아닌, 소방서의 붉은 출동 차량에서 맞이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이른 새벽 주황색 제복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신발을 신으며 아내에게 짧은 부탁을 건넸다.

“오늘 내가 출근해야 하니, 내 부활절 감사헌금을 예배 때 대신 정성껏 드려주세요.”

아내의 손에 예물을 쥐여주고 나서는 길, 마음 한구석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평안과 감사가 강물처럼 밀려왔다.

소방관에게 비상근무는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삶의 예배’이다. 

우리 소방관들은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 24시간 불면의 밤을 보낸다. 화마(火魔)의 공포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맡기신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

비상근무 중에 드리는 필자의 감사헌금에는 몇 가지 간절한 기도가 담겨 있다. 전쟁의 포화가 멈추고 평화가 찾아와 국민의 경제적 고통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바라는 간구, 현장의 모든 대원이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하기를 바라는 호소, 그리고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부활의 빛이 스며들어 현실의 고난을 이겨낼 힘을 주시기를 바라는 소망이다.

로마서 8장 18절은 말한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분명 고난의 터널이다. 하지만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나듯, 재난의 위기가 높을수록 부활의 소망은 더욱 선명해진다. 비상근무의 자리는 결코 예배로부터의 소외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부활의 증인’으로 서는 자리다.

오늘도 각자의 삶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성도 여러분, 현재의 상황은 녹록지 않으나 부활하신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비상근무의 날에도 감사를 잊지 않는 우리의 믿음을 통해, 이 땅에 진정한 부활의 평화가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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