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호주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프런티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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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호주는 대륙 내에서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다윈 공습, 시드니항 잠수함 침투, 북부와 동부 해안 포격 등의 공격 외에는 외국군의 공격을 받은 일이 없다. 반면 호주는 영국이 참전한 거의 모든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다. 해외 파병은 1885년 수단전쟁으로 시작했다. 영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NSW 신민정부가 약 770명의 보병과 포병 부대를 수단의 수아킨 지역으로 보냈다. 주로 실전 투입보다 철도 건설 경비와 보초 임무를 수행했지만, 호주 군사사에서 상징적인 시작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호주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전쟁 전문가인 헨리 레이놀즈(Henry Reynolds) 교수는 호주 SBS의 다큐멘터리 《오스트레일리안 전쟁》(The Australian Wars, 2022)에서 호주에서 프런티어 전쟁(Frantier Wars)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레이놀즈 교수는 1788년 영국 함대가 호주에 도착한 이래 1930년대 중반까지 영국군과 식민지 개척자들이 원주민과 폭력적으로 충돌한 사실을 원주민과의 전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SBS 방송은 호주 정부로부터 재정의 80%를 지원받지만, 편집과 방영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이다.

SBS는 《오스트레일리안 전쟁》을 3부작으로 방영해서, 호주 내에서 벌어진 비극적 프런티어 전쟁을 조명했다.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호주 아란다와 칼카둔 원주민 부족 출신 유럽계 여성 레이첼 퍼킨스(Rachel Perkins)가 맡았다. 퍼킨스 감독의 아버지 찰스 퍼킨스는 아란다 부족이고, 어머니 에일린 퍼킨스는 칼카둔 부족의 후예였다. 찰스 퍼킨스는 1960년대 원주민 인권 운동인 ‘프리덤 라이드’를 주도하기도 했다.

퍼킨스 감독은 자신의 뿌리인 칼카둔과 아란다 부족의 저항 역사가 호주 주류 역사에서 지워진 것에 주목하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퍼킨스 감독은 아란다와 칼카둔 부족의 이야기를 통해 “원주민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땅을 내주었다”는 역사적 왜곡을 바로잡고, 그들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려 했는지 상세히 조명했다.

칼카둔 부족은 전통적으로 퀸즐랜드주 마운트 아이자 지역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변 부족들 사이에 소문난 용맹한 전사 집단이었다. 부족은 험준한 산악지역을 이용해서 영국 정착민과 기갑 경찰에 맞서 1870년부터 20년 넘게 저항했다. 가장 치열한 전투는 1884년에 일어났다. 600명 이상의 칼카둔 전사들이 배틀 마운틴 산 정상에서 돌과 창을 던지며 저항했다. 약 200명의 전사가 현대식 화기로 무장한 경찰군에 의해서 전사하면서 조직적인 저항은 꺾였으나, 이들의 저항정신은 오늘날까지 호주 원주민 저항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아란다 부족은 “중앙 호주의 수호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노던 테리토리의 앨리스 스프링스 주변을 기반으로 하는 부족이다. 이들은 건조하고 광활한 사막 지형을 이용해서 백인 정착민들의 가축 보급로를 습격하는 게릴라 전을 벌였다. 아란다 부족은 고유한 언어와 ‘드림타임(Dreaming)’ 신앙, 예술을 통해서 자신들의 대지와 정체성을 지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퍼킨스 감독은 “내 조상들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퍼킨스 감독의 다큐멘터리들은 자신의 조상이 겪은 실제 역사를 후대에 알리는 국가적인 기록 작업인 셈이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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