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나부터포럼, 건강한 정교분리와 공공성 회복 해법 모색

Google+ LinkedIn Katalk +

“정교유착의 악습 끊고 신앙의 공적 책임 다해야”

헌법 정신에 기초한 건강한 정교분리와 교회의 공공성 회복 해법을 모색하는 포럼이 마련됐다.
나부터포럼(대표 류영모 목사)은 지난 4월 10일 메이필드호텔 이원홀에서 ‘정교유착, 그 악습의 고리를 끊어라: 정교분리의 역사적, 헌법적 오해와 진실’이란 주제로 제5차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교분리 원칙의 본질과 한국 개신교의 정치참여, 이단문제와 정치권 유착, 피해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 대응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며, 건강한 정교분리와 교회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함께 모색했다.
류영모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포럼이 단순한 비판이나 선언에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교회가 정교유착 문제를 어떻게 성찰하고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공공성을 실천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는 한신대학교 김주한 교수가 ‘한국 개신교의 정치 참여 유형탐구: 역사적 사례와 현대적 쟁점’, 장로회신학대학교 임성빈 전 총장이 ‘후기 세속화시대, 기독교 국가주의의 등장과 정교분리에 대한 논쟁’, 부산장신대학교 탁지일 교수가 ‘이단과 정치 권력의 유착, 악습의 역사와 현재: 통일교 논란을 중심으로’를 각각 발표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 김주한 교수는 최근 신천지와 통일교의 정치권 개입 의혹, 이와 맞물린 이른바 ‘정교유착 방지법’ 논의 등을 언급하며, 동일한 사안을 두고도 교계 안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상반된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주한 교수는 “NCCK는 정교분리를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의 가치로 이해하는 반면, 한교총과 한기총 등은 종교의 자유와 종교법인의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정교분리 원칙은 교회의 정치참여 자체를 금지하는 규범이 아니라 종교의 정치 권력화와 이익집단화를 막는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저항했던 진영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과 협력하고 유착한 흐름도 존재했다”고 분석하며, “교회의 정치참여는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압력행사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공익을 우선하는 공공성에 기초해야 한다. 종교적 자유 역시 책임과 의무를 동반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임성빈 전 총장은 “오늘의 정교분리 논쟁은 단순히 교회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후기 세속화 시대라는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성빈 전 총장은 “과거 세속화 이론은 종교의 쇠퇴를 예견했지만 현실은 달랐으며,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오히려 종교가 정치와 사회의 공적 영역에서 다시 강한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빈 전 총장은 “오늘의 핵심은 종교의 소멸 여부가 아니라 종교가 공적 영역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에 있다”며 “정교분리 원칙은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국가 권력과 종교 권력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헌정 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교회는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더 치열하게 훈련해야 하며, 신앙의 공공성과 책임윤리를 회복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세대와 관련해 “MZ세대는 기존의 진보·보수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삶의 감각과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며 “대규모 동원과 과시보다 청년세대의 현실적 아픔과 불안을 공감하고, 신앙의 사회적 책임을 실제 삶으로 보여 주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주제발표에서 탁지일 교수는 “이단 문제는 더 이상 교리적 차원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탁지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구원파, 국정농단 사태의 최태민 문제, 코로나19 확산 시기의 신천지, 아베 신조 피격 사건 이후 통일교 논란에 이르기까지, 이단 문제는 이제 사회 전체와 국가를 지키는 문제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탁지일 교수는 “피해자들을 단순히 ‘빠진 사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착취와 통제를 겪은 생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2차 가해와 낙인찍기 역시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일교와 정치권 유착은 최근의 우발적 현상이 아니라 오랜 역사적 구조 속에서 이어져 온 문제”라고 설명하며 “단순한 도덕적 비판이나 일회성 성명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대안으로는 영국의 ‘인폼(INFORM)’과 일본의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언급하며 “한국도 정보 제공, 상담, 피해 회복, 법률 지원이 연계되는 실효성 있는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하며, 특히 지역 단위 초교파 상담·회복 센터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좌담회에서는 본 교단 증경총회장 정영택 목사의 기도 후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 장헌일 목사의 사회로 숭실대학교 전윤성 교수와 탁지일 교수가 참여해 정교분리 조항의 헌법적 의미와 민법 개정안의 한계, 현실적 대안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전윤성 교수는 “한국 헌법의 정교분리 개념이 본래 서구 헌법의 교회와 국가의 분리가 일제강점기 일본식 번역의 영향을 받아 종교와 정치의 분리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핵심은 종교의 정치참여 금지가 아니라 국교 금지와 종교 자유의 보장에 있다”며 “정치적 신념에 따라 종교인이 공적 발언을 하는 것 자체를 막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정교분리 위반을 종교법인의 해산 사유로 법률에 직접 넣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고 자의적 판단의 위험이 크다”며 “포괄적·추상적 규제로 나아가는 것은 과잉입법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탁지일 교수는 “사이비 집단과 일반 종교단체를 동일한 범주에서 다뤄서는 안 되며, 피해자 보호와 회복, 상담과 정보 제공, 실질적 지원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뒤 단계적으로 법제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결국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찬반 대립을 넘어 “피해자 보호와 공공성, 종교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세우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이번 포럼은 정교분리 원칙이 교회의 침묵을 강요하는 장치가 아니라, 정치 권력화와 정교유착을 경계하면서 건강한 사회참여의 길을 모색하는 기준임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포럼 말미에는 참석자 일동 명의로 선언문을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정교유착의 악습을 끊고, 신앙의 공적 책임을 다하자’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반복된 정교유착의 악습을 끊어내고, 헌법 정신에 기초한 건강한 정교분리와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바로 세우겠다는 선언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우리는 선거에서 행해지는 모든 부당한 결탁을 단호히 거부 △우리는 정교분리의 참된 헌법 정신을 수호 △우리는 정치 이념의 확성기가 아닌, 양심과 진실의 통로가 될 것을 다짐 △우리는 신앙의 이름으로 공공선과 정의를 위한 유권자적 책임을 다한다 △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과도한 입법과 갈등 조장에 반대한다 등의 내용을 담아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이제 우리는 나부터, 교회부터, 그리고 정치권부터 변화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정교유착의 또 다른 현장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교회는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선언하고, “정치와 종교가 상호 존중과 분리의 원칙 위에 서서 국가 발전과 사회 회복을 위해 함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충인 기자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