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들리지 않는 세상, 우리가 들어야 할 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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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를 기념하는 기관과 단체들, 그리고 장애인 주일을 지키는 교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실질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느낌은 오히려 옅어지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다양한 배려와 정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선진국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TV나 신문에서도 장애인의 날 관련 보도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청인 교회를 떠난 지 오래되어 일반 교회에서 장애인 주일을 어떻게 지키는지 자세히 알기 어렵지만, 여러 장애 가운데서도 농인에 관한 주제는 언론과 일반 교회 모두에서 가장 주목을 덜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농인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농인은 다른 장애에 비해 그 어려움이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관상 장애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장애나 지체장애처럼 외모에서 불편함이 드러나는 경우, 별다른 설명 없이도 상대방이 그 어려움을 어렵지 않게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청각장애는 다르다. 청인들은 소리가 없는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TV를 묵음으로 했다가 통화 후 다시 소리의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아침에 새가 지저귀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늘 함께한다. 

농인은 말하자면 ‘무성영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사실을 깊이 인식하는 청인은 많지 않다.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책을 읽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고, 수어를 모르더라도 필담으로 대화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농인의 제1언어는 ‘보이는 소리’, 곧 수어이다. 한글은 농인에게 들리지 않는 외국어와 같다. 이 사실을 인식해야 비로소 농인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한글이 외국어이기에 농인의 평균 문해력은 청인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현실이다. 또한 각 나라마다 수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청인도 많지 않다. 농인이 유학을 가거나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려면 한국수어, 한국어, 영어, 영어수어에 더해, 농 세계 지도자들과 통역 없이 소통하기 위한 국제수어까지 익혀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농인선교, 지금이 기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청각장애인은 43만 명을 넘는다. 그 가운데 기독인은 약 7천 명에 불과하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도 농인선교가 얼마나 시급한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선교에는 말씀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수어 영상으로 완역된 성경이 없는 나라이다. 미국의 농인들은 스마트폰 앱 하나로 원하는 성경 구절을 자국 수어 영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우리 농인들도 언젠가 휴대폰으로 수어 성경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농인을 이해하려면 농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해서 통역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권 문화를 알아야 정확한 통역이 가능하듯이, 수어를 잘 구사하는 것을 넘어 농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선교적 마음을 품은 농인과 청인이 더 많이 세워져야 한다. 지방의 농인 교회 가운데는 아직도 재정 자립이 어려운 곳이 많다. 우리나라는 다른 민족으로부터 복음의 빚을 진 나라이다. 지금은 많은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국내의 소수민족이라 할 수 있는 농인 공동체의 선교에도 더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란다. 청인 교회가 앞장서서 농인선교에 힘과 사랑을 더해 주시기를 소망한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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