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67년 ‘유대전쟁’이 벌어졌다. 이는 로마 제국 내의 속주민인 유대인이 패권자(覇權者) 로마에 저항, 독립 운동의 의미를 갖는다. 당연히 일어날 만한 반란이었다. 유대인과 로마인의 사고방식 즉 문명의 차이를 생각하면 숙명적인 대결이다. 유대 땅의 지리적 특수성은 거주 지역인 팔레스타인 일대가 강대국인 시리아, 이집트를 잇는 위치로서 중동까지의 통로가 되어 강대국은 항상 팔레스타인 땅을 노린다. 당시에는 시리아, 이집트는 로마가 지배하고 있었다. 유대 민족은 대단히 우수한 민족이다. 지배자 로마는 이 우수한 민족을 다스리기가 어려웠다.
고대 그리스인에 비견(比肩)할 만한 유대인의 이산(離散) 경향은 시리아의 안티오키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대규모 유대인 사회를 비롯해 모든 도시에 유대인 공동체가 존재했을 정도이다. 유대인은 어디에 살든 1년에 2드라크마의 봉납금(奉納金)을 예루살렘 성전에 바칠 의무가 있었다.
유대인은 다른 민족을 지배해 본 경험이 없다. 다윗, 솔로몬 시대처럼 독립을 누린 시기가 있었지만 아주 짧았다. 이스라엘은 역사상 44번 정복을 당하고 예루살렘은 두 번이나 완전히 파괴를 당했다고 한다.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이집트, 헬레니즘 왕조, 로마 제국, 비잔틴 제국, 아랍(예루살렘 성전에 모슬렘 사원), 오스만 투르크 등의 지배를 받다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었다. 핍박을 받는 민족은 전인(全人) 구조에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선 자위(自衛) 본능이 발달한다. 정신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사고방식이 완고해지며 매사에 과민(過敏)하게 반응하기 쉽다. 가혹(苛酷)한 현실을 참고 견딘다. 힘든 현실을 인내하며 살아가야 할 필요성 때문에 미래의 꿈(비전)에 의존한다. 유대교에서는 구세주에 대한 메시아(Messiah, 구세주, 그리스도)의 기다림이다.
유대인과 종교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특수성을 가진다. 로마의 다신교 신들은 인간을 지켜주고 도와주는 존재에 불과하다. 유대인이 신봉하는 여호와는 인간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명령하고 그 명령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 다신교 민족은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고 일신교(一神敎)는 종교가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신권정치(神權政治)가 될 수밖에 없다. 로마인의 언어인 라틴어에는 신권(神權) 정치를 뜻하는 단어조차 없다. 로마인은 유대인의 특수성을 인정했다. 종교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유대인 공동체 안에서 사형 이외의 법 집행은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유대 땅을 유대인 왕이 다스리도록 했다.
자유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로마인의 자유는 군사력으로 보장된 평화와 법에 의해 보장된 질서 속에서 각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의미했고 유대인의 자유는 신권 정치를 수립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했다. 그러나 로마는 유대인에게 신권 정치 수립을 끝까지 허용하지 않았다. 로마 황제가 총독을 통해 다스리려고 했다. 때문에 유대인은 끊임없이 로마에 저항했다.
유대인의 특질 가운데 하나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도중에 멈추지 못하고 갈 데까지 가버리는 것이다. 일어난 폭동은 예루살렘에서 로마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는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치열하게 싸웠다. 그러나 역부족(力不足)이었다. 로마는 당시 세계 최고 강대국이었다. 투항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항복한 유대인들을 로마군은 모두 학살했다. 네로 황제 시대의 일이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유대 전쟁기>를 썼다. 베스파시우스가 이끄는 로마군이 진격해 들어 왔다. 유대왕은 아그리파 2세였다. 베스파시우스는 뒤에 로마 9대 황제가 되고 맏아들 티투스가 이어받아 반란을 진압했다.
요세푸스에 따르면 포로는 9만 7천 명, 사망자는 무려 110만 명에 이르렀다고 기록했다. 예루살렘의 대제사장 제도, 자치기관 70인 공의회도 폐지되었다. 로마의 무자비하고 엄격한 조치였다. 마사다(Masada) 요새를 근거지로 끝까지 항쟁했던 이들도 다 죽었다. 유대는 총독이 다스리게 되었다.
유대인의 법은 십계명이 기본 축이다.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는 것으로 절대적이다. 로마인의 법은 인간이 생각한 것이다. 현실에 맞지 않으면 고친다. 로마인은 인간에게 법률을 맞추고 유대인은 계명에 인간을 맞춘다. 유대인은 민족에 관계없이 시민권을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유대인은 내부에서 고수(固守)하는 데는 열심이지만 다른 민족에게 유대교를 포교(布敎)하는 데는 열성을 보이지 않는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앞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하셨다. 이는 유대인의 선민(選民) 사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메시아를 배척한 한 원인이 되었다.
김용관 장로
<광주신안교회·한국장로문인협회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