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정책과 기독교학교
기독교학교가 국공립학교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율성’과 ‘건학이념’에 있다.
2001년 헌법재판소는 “사립학교 설립의 자유와 운영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본질적 요체”라고 판시했다. 또한 2007년 대법원도 “학교법인의 자주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과 사립학교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결은 사립학교의 본질이 단순한 학교 운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과 건학이념의 구현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종교적 건학이념을 위해 설립된 기독교학교의 경우에는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기독교학교에서 기독교교육은 학교의 설립 이유이자 존립 목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독교학교/사립학교의 자율성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권리로 구성된다.
첫째, 학교의 건학이념에 동의하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학생 선발권’
둘째, 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 편성권’
셋째, 학교의 건학이념에 찬동하는 교원을 임용할 수 있는 ‘교원 임용권’
넷째, 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른 운영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등록금 책정권’
다섯째, 학교의 건학이념 실현을 위한 ‘법인 구성권’이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 권리는 평준화 정책 시행 이후 5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한되어 왔다. 사립학교 진흥을 위해 제정된 사립학교법조차 평준화 정책의 기조 속에서 점차 사립학교를 규제하고 통제하는 법으로 개정되어 왔다.
여기에 학생인권조례,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등도 사립학교와 종교계 학교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 결국 평준화 정책이 시행 이후 기독교학교들은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편성권’ 그리고 ‘등록금 책정권’을 모두 박탈당했다.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 ‘법인 구성권’이 제한되었으며 지난 2021년 8월 마지막 남은 ‘교원임용권’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이 통과되었다. 즉, 평준화 정책은 기독교학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어왔다. 결국 기독교학교의 자율성은 평준화 정책을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기독교학교의 자율성 보장하는 평준화 2.0 시대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사립학교의 비율이 높은 나라이다. 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교육 수요를 국가가 전적으로 감당하지 못했고, 그 공백을 사립학교들이 공교육의 한 축으로 감당해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교회의 헌신 속에서 설립된 기독교학교들은 공교육을 보완하며 우리 사회의 교육 발전을 이끌어 온 중요한 기반이었다. 사립학교 네 곳 중 한 곳이 기독교학교라는 사실은 기독교학교가 대한민국 교육을 지탱해 온 한 축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이제는 기독교학교를 단순히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함께 떠받쳐 온 중요한 교육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평준화 정책이 교육의 보편성과 기회 균등에 기여했다면 이제는 기독교학교가 가진 고유한 역사와 역할 그리고 교육적 자율성도 함께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함승수 교수
<명지대학교, 사)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동안교회 협동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