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의 분기(分岐)와 ‘두 가지 12형제’ –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중동지역이 다시 전쟁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 중동전쟁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복잡한 국제정치가 아니라, 한 가문(家門)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아브라함’이다. 이 한 사람에게서 갈라진 혈통이 오늘날 중동지방의 민족, 종교, 그리고 갈등의 구조를 만들어냈다.
아브라함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본처 ‘사라’에게서 태어난 ‘이삭’, 그리고 여종 ‘하갈’에게서 태어난 아브라함의 장남 ‘이스마엘’이다. 이 두 갈래의 분기(分岐=갈라짐)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니라, 이후 수천 년을 관통하는 문명의 갈림길이 되었다.
‘이삭’의 계통은 아들 ‘야곱’을 통해 이어진다. 야곱은 열두 아들을 낳았으니 *레아가 낳은 아들들은 ①르우벤 ②시므온 ③레위 ④유다 ⑤잇사갈 ⑥스불론이며 *라헬이 낳은 아들들은 ⑦요셉과 ⑧베냐민이고 여종 *빌하의 아들들은 ⑨단과 ⑩납달리였으며 여종 *실바의 아들들은 ⑪갓과 ⑫아셀 등이었으니 이들이 바로 ‘이스라엘 12지파(支派)’의 기원(起源)이 된다. 넷째 아들 유다의 후손으로 이루어진 ‘유대 민족’, 나아가 오늘날 ‘이스라엘’의 뿌리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흥미로운 점은 아브라함과 사라의 여종 하갈 사이에 태어난 장남 ‘이스마엘’의 자녀들도 열둘인데 그 이름은 ①느바욧 ②게달 ③앗브엘 ④밉삼 ⑤미스마 ⑥두마 ⑦맛사 ⑧하닷 ⑨데마 ⑩여둘 ⑪나비스 ⑫그드마로 이어진다. 이들은 단순한 족보(族譜)가 아니라, 실제 아라비아 반도 북부와 사막 지역에 존재했던 부족(部族)들과 연결된다. 결국 ‘이스마엘’의 열두 아들은 아랍 민족의 원형을 이루는 기초 단위가 되었다.
이삭의 아들 야곱, 그의 아들들에 의해 형성된 ‘이스라엘 12지파’와 이스마엘의 계통의 ‘아라비아 12부족’으로 형성된 이 ‘평행 구조’는 고대 근동(近東)에서 공동체 완성을 상징하는 숫자 ‘12’의 의미를 그대로 보여준다. 같은 아버지 아래에서 두 개의 완성된 공동체가 동시에 탄생한 셈이다. 이 가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후손은 모압과 암몬 민족을 이루며 오늘날 요르단 지역으로 이어졌고, 이삭의 큰아들 ‘에서’는 ‘에돔 민족’의 조상이 되어 사해 남쪽 지역에 자리 잡았다. 중동의 주요 민족들이 사실상 하나의 확대된 가족 지도(地圖) 안에 들어가 있는 구조라 하겠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스마엘’ 계통은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7세기, 아라비아에서 등장한 ‘무함마드’는 흩어진 부족들을 하나의 신앙으로 묶어내 ‘이슬람’을 탄생시켰다. 부족중심의 혈연(血緣) 사회는 신앙중심의 공동체로 재편되었고, 이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정치와 군사를 포함한 하나의 문명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통합은 또 다른 분열을 낳았다. 무함마드 사후, 지도자 계승 문제를 둘러싸고 이슬람은 갈라진다.
공동체의 합의를 중시하는 ‘수니파’와 혈통 계승을 강조하는 ‘시아파’로 나뉘었고, 그 중심에는 ‘무함마드’의 사위 ‘알리’가 있었다. 이 분열은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갈등의 핵심이 되었다. *이삭과 이스마엘에서 비롯된 혈통의 갈등, *유대교와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갈등, *그리고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 내부갈등이 서로 얽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본질은 분명하다. 중동의 갈등은 낯선 타인들 사이의 충돌이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형제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아브라함’의 가정에서 시작된 작은 ‘분기(=갈라짐)’가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종교가 되고, 민족이 되고, 결국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거대한 흐름인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