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질병 넘어 가족과 사회 전체에 영향 미쳐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치매 문제다. 치매는 개인의 질병을 넘어 가족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며, 이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성경은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는 삶의 가치를 강조한다. 갈라디아서 6장 2절은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고 말씀한다. 치매는 한 개인이나 한 가정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나누어야 할 짐이라는 점에서 이 말씀은 오늘의 현실에 깊은 의미를 준다.
선진국들은 이미 치매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조건’으로 인식하고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조기검진과 지역사회 중심 돌봄, 환자의 존엄을 지키는 정책이 함께 운영되며 환자와 가족의 삶을 지지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치매 노인을 위한 카페를 운영해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돕고 있다. 간단한 역할을 수행하며 소속감과 자존감을 유지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치매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삶’을 남겨주는 의미 있는 접근이다.
우리나라 역시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족의 부담이 크다.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들은 경제적·정서적·시간적 부담을 동시에 감당하며, 때로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겪고 있다. 이는 개인의 희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치매 대응의 핵심은 ‘시설’이 아니라 ‘삶’이다. 치매 어르신이 익숙한 환경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체계와 방문 서비스, 가족 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또한 치매 어르신을 보호의 대상에만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사회 참여를 돕는 것이 필요하다. 역할을 부여받을 때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인간의 가치를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고 기억이 흐려져도 그 존엄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치매 어르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인간 존엄에 대한 신앙적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치매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사회복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행정은 제도와 재정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복지는 현장에서 사람 중심의 돌봄을 실천해야 한다. 여기에 공동체의 참여가 더해질 때 균형 있는 돌봄이 이루어진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자유하며 평화로운 삶이다. 치매 어르신은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고, 가족은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나며, 사회는 책임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돌봄 사회의 모습이다.
치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두려움으로만 볼 것인지, 함께 살아갈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제는 서로의 짐을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