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올라 경로석 앞에 서는데 자리의 노인이 일어서며 자리를 권한다. 같은 노인끼리 민망해서 손을 내저으며 앉으시라고 사양했다. 그 노인은 나보다 몇 살밖에 젊지 않은 것 같고 몸도 약해 보여서 더욱 민망했다. 막무가내로 나를 주저앉히던 그 할머니가 내리고 난 후 한 정거장 더 갔는데 한 노인이 접이식 휠체어를 타고 전동차 안으로 들어서는데 앉은 노인이나 밀어주는 노인이나 한결같이 약해 보이는 노인들이었다. 나는 좀전에 내게 자리를 양보해 주던 할머니가 머리를 스치는 순간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접이식 휠체어를 접어 들고 있던 노인에게 자리를 권했더니 좀전의 나처럼 망설이면서 손을 젓는다. 내가 좀더 늙어 보였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으나 남자인 입장에 더 늙어 보이는 할머니의 자리에 선뜻 앉기가 민망해서였을 것이다.
아까의 할머니처럼 나 역시 그분들을 억지로 앉히고 서 있자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뒤에서 그 노인을 보호해 주던 노인이 그 앞에서 조금 비켜선 자리에 서서 눈으로 그 노인을 보호하고 있었다. 두어 정거장 갔는데 그 노인 앞자리의 승객이 내렸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나를 그리로 끌다시피 해서 자기 앞자리에 앉히는 것이 아닌가? 사양하다 못해 그 자리에 앉았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 노인을 보면서 아아 이런 것이 선순환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좀전에 할머니로부터 자리를 양보받지 않고 빈자리에 앉아 있다가 저 노인들이 내 앞에 왔다면 과연 선뜻 자리를 양보할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없다. 요즘 다리가 아파 치료받으러 정형외과에 거의 출근하는 형편이라 아마도 그냥 앉아 있었을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게 베푼 선행을 보고 나도 선뜻 양보했듯이 사람의 행동은 받은 대로 이어가는 면이 있구나 싶었다. 세상은 받은 대로 다 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한 일을 경험하면 자신도 그 선행을 닮아 하게 되는 이 측면 바로 선의 선순환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입이 자꾸 헤벌어진다. 그래 앞으로 열심히 작은 일이라도 남을 위해 양보하고 내가 먼저 선을 행하도록 애쓰는 것이 예수님 가르침에 따르는 일이라는 걸 머리에 잘 새겨야겠다. 좋은 아침이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