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종합복지타운으로 새단장… “매일 즐거운 실버 천국”
(사)대한예수교장로회 공주원로원은 1996년에 안양에서 공주로 이전·개원한 후 변화를 거듭했다. 총회 사회복지법인인 한국장로교복지재단에서 일평생 목회에 전념한 은퇴목회자 및 선교사와 한국교회 성도들의 노후를 위해 ‘복음선’처럼 세웠지만, 곧바로 무리한 건축과 적자 운영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매월 5천만 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며 부채는 금새 현금 52억 원으로 늘어났다.
2010년에 들어서며 총회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년여 동안 당시 부총회장을 공주원로원대책위원장으로 세워 몇몇 대형교회와 공주원로원 전권운영을 상의했지만, 선뜻 나서는 교회가 없었다. 부도 위기에 처한 애물단지 공주원로원, 하지만 2012년 9월 하나님의 은혜로 난파 직전의 공주원로원은 새로운 선장을 맞이했다. 유난한 홍수와 폭염이 이어진 지난 8월, 충남 공주원로원에서 대표원장 오정호 장로를 만났다.
■ 좌초 위기, 초기 공주원로원
오정호 장로는 2011년 9월 제96회 총회 장로 부총회장에 당선됐다. 부총회장 시절 공주원로원대책위원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총회장 박위근 목사와 목사 부총회장 손달익 목사와 함께 백방으로 뛰었지만 좀처럼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실망해 포기하던 중 오정호 장로는 ‘정치도 전혀 모르던 부족한 내가 교단 부총회장이 되어 공주원로원 대책위원장으로 세워진 것은 이때를 위함이 아닐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이 주신 마음은 곧바로 결단으로 이어졌다.
“공주원로원을 회복시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오직 순종하는 마음으로 공주원로원 대표직을 맡기로 결정했습니다.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뿐이었지만, 기도하는 가운데 모든 것을 제가 책임지기로 결심하고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오정호 장로가 시무하던 대광교회(강현원 목사 시무)는 오정호 장로가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큰 힘이 돼 주었다. 대광교회가 한국장로교복지재단과 함께 공주원로원 50년 장기위탁운영협약을 체결했고, 대광교회 당회는 50년 운영 전권을 오정호 장로에게 위임했다.
공주원로원 운영을 맡은 즉시 오정호 장로는 네 가지를 실천했다. 첫째, 공주원로원 내 공주원로원교회(최종목 목사 시무) 성도들과 함께 새벽기도회를 시작했다. 처음 40명으로 시작된 새벽기도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공주원로원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든든한 열쇠가 됐다. 둘째, 오정호 장로는 아내 박수옥 권사와 함께 공주원로원 직원기숙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새벽기도회 참석은 물론 24시간 함께 공주원로원 울타리 내에서 살아가며 문제를 해결하는데 부부가 솔선수범하기 위함이었다. 셋째, 20여 년을 직접 운영한 기업 ㈜으뜸농산의 경영 전권을 가족에게 맡기고 오직 공주원로원 회복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넷째, 은행 부채 15억 원 및 미지급 보증금 7억 원을 개인 비용으로 즉시 해결했다. 그렇게 삶의 모든 것보다 공주원로원 운영을 1순위에 놓고 오정호 장로는 제2의 인생을 살기로 다짐했다.
■ 위기의 파도를 이겨내고
공주원로원 운영을 맡은 지 9년이 흐른 2021년, 오정호 장로는 연금재단 차용금 30억 및 그로 인해 발생한 이자 등 모든 부채를 깨끗이 해결했다. 매월 5천만 원 이상 발생하던 적자도 흑자로 돌아섰다. 한번 상승 곡선을 탄 그래프는 다시 하강하지 않아 탄탄한 시설로 거듭나며 교회와 지역 안팎으로 입소문이 퍼졌다. 운영 초기 40명이던 임직원도 130여 명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으며, 입주자 수는 운영 초기 50% 이하에서 100% 입주는 물론 입주희망 대기자까지 차고 넘치게 됐다.
“밤낮없이 공주원로원의 정상화를 위한 일에 전념한 12년의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노후 시설과 건축물을 전면 개보수하고 원로원을 탈바꿈하는데 너나없이 팔을 걷어 올렸습니다. 교단총회와 장로교복지재단 그리고 입주 어르신들 및 임직원이 모두 협력하며 기도한 덕분에 공주원로원이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50년 장기운영 계획은 10년 만에 목표 그 이상을 달성했다. 이런 이유로 2022년 11월 대광교회는 50년 위탁운영권을 총회에 반납했고, 총회는 공주원로원을 직영운영체계로 전환하고 대표원장에 오정호 장로를 선임했다.
대표원장에 취임한 오정호 장로는 공주원로원을 향한 새로운 미션과 비전을 선포했다. 꿈이 있는 행복한 노년의 삶터를 목표로 △기도와 예배를 쉬지 않는 신앙공동체 △감사와 은혜가 넘치는 감동공동체 △사랑과 섬김이 가득한 기쁨공동체 △모두를 귀하게 여기는 행복공동체로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했다.
■ 행복한 복음선, 2024 공주원로원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통과한 공주원로원은 지난해부터 개선에 속도를 냈다. 노후건물과 기반 시설을 수리 및 리모델링하고, 치매전담실과 카페를 신축했다. 황톳길과 족욕탕, 산책길도 관광지 코스 못지않게 단장했다.
“숲속 황톳길 조성에 황토 50톤이 소요 된 대공사였습니다. 족욕탕은 어르신들이 넘어지지 않게 타일이 아닌 나무를 직접 한판씩 덧대어 만들어 애정이 많은 곳입니다. 현재 이 두 곳은 어르신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입소 일주일 만에 체질이 좋아졌다는 어르신의 고백도 있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요양치매전담실을 새로 건축해 지난 1월 10일 준공 및 개원 감사예배를 드리고, 감격 속에 운영을 시작했다. 치매 어르신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치매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을 배치해 치매 수급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주원로원 곳곳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서 교제를 나누는 입소자들을 만날 수 있다. 입소자들에게 칭찬 한마디를 부탁하니 칭찬이 꼬리를 물고 쏟아졌다. “직원들이 친절하다”, “불친절하거나 나쁜말하는 사람이 없다”, “이 안에 교회가 있어서 좋다”, “천국처럼 분위기가 좋다”, “매주 로비에서 드리는 찬양예배가 기다려진다”, “매일 세끼 음식이 다르고 풍성하다”, “목사님이 상주해 계셔서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다” 등을 자랑했다.
특히 입주 5년 차 97세 박옥이 권사는 “매일 생각한다. 너무 잘 왔다, 너무 잘 왔다고… 후회되는 부분이 없다. 지금도 예쁘게 단장하고 신앙 생활하며 입주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하루가 즐겁다”고 고백했다.
공주원로원교회 11년 차 사무장이자 공주원로원교회 1호 장로인 최철규 장로는 “공주원로원이 어려웠던 때부터 지금까지 오정호 대표님이 사명감으로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적자에서 흑자를 이뤄낸 것이 대단하고 감사하다. 또 주변에 좋은 소문이 많이 나서 보람도 크다”며, “공주원로원 내에는 황톳길, 족욕탕, 산책로는 물론 닭, 토끼, 공작새 등 동물과 각종 식물이 모두 갖춰져 있다. 70세 이상 어르신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표님과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시설 전반을 관리하고 있어 방문자 누구라도 좋은 인상을 얻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 평생 섬길 대광교회
공주원로원과 대광교회는 기도의 끈으로 묶여진 관계이다. 공주에 거주하는 오정호 장로는 매 주일이면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광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며, 대광교회 강현원 목사도 매월 한 번 이상 공주원로원을 찾아 말씀을 전한다.
“1967년부터 지금까지 청년 시절부터 하나님께서 죽기까지 충성·봉사하라고 정해주신 교회로 확신하며 대광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매 주일 상경해 예배를 드리며 새로 헌당한 교회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큰 기쁨이고, 오직 감사입니다.”
오정호 장로는 대광교회에서 1대 김용암 원로목사(1963년 개척), 2대 김은식 원로목사(1983년 부임)에 이어 현 강현원 목사(2002년 부임)까지 총 3명의 목회자를 섬기며, 1984년 첫 번째 새성전건축에 이어 2018년 두 번째 새성전건축에 참여했다.
첫 번째 새성전건축은 김은식 원로목사가 시무할 때였다. 당시 오정호 장로는 안수집사로서 건축 회계를 담당해 재정적 어려움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도맡았다. 입당예식이 있던 1984년 11월 24일은 오정호 장로가 장로 임직을 받은 날로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이어서 두 번째 새성전건축은 강현원 목사 부임 후 교회가 크게 성장하면서 2007년 새성전건축위원회를 조직하게 됐으며, 오정호 장로는 건축위원장에 선임됐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주변 토지 매입에 총력을 다해 토지 12필지를 매입했고, 10년 동안 재개발조합과 협상 끝에 2017년 영등포구 신길동 중심 대로변에 대토를 받은 것은 물론 1천800여 평의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의 성전을 건축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도 얻었다. 2018년 8월에 시작된 새성전 건축은 많은 난관 속에서도 기도의 파도를 타고 빠르게 진행돼 2020년 9월 준공해 헌당했으며 헌당예배시에 오정호 장로는 원로장로로 추대됐다. 이 모든 과정이 대광교회 성도들의 기쁨과 자랑이 됐다.
지난 8월 21일 공주원로원 주간보호센터 건축기공 감사예배가 열렸다. 이날 대광교회 강현원 목사도 참석해 그동안의 애씀과 수고함, 순종의 마음을 위로했다.
■ 하나님이 주신 ‘상급’
주중에는 공주원로원 주일에는 대광교회에 올인하고 있는 오정호 장로는 1989년 설립한 ㈜으뜸농산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다. 과실 및 채소 절임식품을 제조하는 으뜸농산은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처럼, 시작은 어려웠지만 현재 백배 이상의 축복을 받은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 충남 천안에 제2생산공장 ㈜으뜸L&S를 설립해 건강식품인 낫또를 생산하게 되면서 연매출이 배로 성장했다.
가족 또한 오정호 장로의 자랑거리이다. 2남 1녀와 며느리·사위가 모두 장로 권사 집사로 직분을 받았으며, 8명의 손주와 함께 신앙생활 하는 믿음의 명가를 이뤘다.
오정호 장로는 “여생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공주원로원에서 공주원로원을 찾는 어르신들의 연약한 심령 및 육체 회복을 위해 섬기고 보살피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공주원로원이 꾸준히 발전해 지역사회뿐 아니라 한국교회와 총회,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노인종합복지타운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오늘도 기도한다”고 전했다.
/박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