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크레도 우트 인텔리감(Credo ut intelli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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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모른다.” 이 말은 단순한 스포츠의 불확실성을 넘어,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처럼 들린다. 아무리 치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해도, 야구는 끝까지 알 수 없다. 강팀이 약팀에게 무너지고, 9회말 2아웃에서 기적 같은 역전극이 펼쳐지는 것이 야구다. 그래서 야구는 흥미롭고, 또한 야구는 인생을 닮았다. 이 말을 들으면 바둑계의 또 다른 명언이 떠오른다. “바둑에 답은 없다.”라는 조훈현 9단의 말이다. 수천 수의 가능성 속에서 우리는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해 고뇌하지만, 그 수가 정말 ‘정답’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정답’을 찾는다. 어떤 길이 옳은지,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그러나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경기이다.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서 모든 답을 즉각 주시지는 않는다. 때로는 침묵하시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길로 이끄신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는 믿음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야구에서 마지막 공을 던지는 투수처럼, 바둑에서 마지막 수를 두는 기사처럼, 우리는 오늘도 믿음으로 인생의 한 수를 둔다. 

신앙은 만사형통(萬事亨通)을 즐기는 놀이가 아니다. 정답을 기도로 미리 주문하고 하나님을 시험하는 태도도 아니다. 정답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기도해도 응답이 없을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야구는 모른다”는 말처럼 “인생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모름 속에서,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믿음을 붙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야구는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지켜본다. “바둑에 답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둔다. 그리고 “인생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답이 없기에 우리는 기도하고 기다린다.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빚으시고, 우리가 던진 공과 둔 수를 통해 뜻을 이루신다. 인생은 모르지만, 하나님을 알고 믿기에 비록 정답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오늘도 아브라함처럼 순종하고, 요셉처럼 기다리며, 모세처럼 인도하심을 따라간다. 

중세 신학자 안셀무스는 그의 저서 프로슬로기온(Proslogion)에서 “Credo ut intelligam” —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고백은 믿음이 이해보다 앞선다는 선언이며,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 없을지라도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간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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