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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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하면 사람들은 ‘신춘(新春)’을 노래한다. 절기는 아직 두 달이나 겨울에 붙잡혀 있지만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 지긋지긋한 추위를 어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누구에게나 있다. 

제도적인 신정과 민속의 구정이 근 한달 간격으로 이어져 있는 우리네 문화이기에 봄이 오는 소리는 천천히 길게 들려온다. 봄비가 봄의 소리와 빛깔과 온기를 담고 이 땅을 찾아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비는 대체로 조용히 내린다. 봄에 때론 가뭄을 겪기도 하지만 홍수는 기록하지 않는다. 밤새 가랑비가 대지를 적시고 아침에 창문밖으로 보이는 나무들 잔 가지에 방울져 매달려 반짝인다. 방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촉촉한 기운은 얼마나 반가운가! 식욕을 돋우고 일하러 나가는 가장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그들이 흥얼거리는 콧노래의 여운이 달콤하다. 

젊음의 정서는 봄비에서도 아련한 우수(憂愁)를 불러내서 멋을 부린다.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면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 우리나라 록 음악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신중현이 작사․작곡하고 이정화, 박인수, 김추자 등 명가수들이 1960-70년대에 연이어 히트시킨 가곡 『봄비』를 우리도 수없이 따라 불렀다. 요즘의 트로트 열풍이나 아이돌의 노래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대중음악이다. 

크리스마스와 신년행사들을 지낸 교회는 서서히 부활절을 향해 나아가면서 봄을 맞이한다. 새해와 더불어 새 직분을 맡은 부목사님과 전도사님들은 각 부서의 장로님, 권사님 그리고 교회학교와 찬양대 등 봉사조직의 소속 성도들과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두터이 하는 계절이라 다소 긴장되면서 기쁨도 크다. 부서별 모임에서는 봄의 환희와 기대를 담은 찬양을 골라 부르며 축복을 나눈다. 

교회에서 봄철에 가장 즐겨 부르는 찬송가를 고르라 하면 아마도 550장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꼽는 사람들이 많겠다. 신앙생활 초기에 이 노래를 합창할 때 느낀 흥분과 열정은 특별했고 신년의 신선한 분위기 속에서 믿음의 각오를 새로이 하는 힘이 담겨있었다. 

지금도 매년 신년 예배에 일어서서 목청껏 “—슬픔과 애통이 기쁨이 되니 시온의 영광이 비쳐오네— 오래전 선지자 꿈꾸던 복을 만민이 다같이 누리겠네—”하고 노래하는 순간 예배당을 가득 채운 우리의 가슴에 성령의 축복이 임하는 일체감을 느낀다. 

우리에게 4계절이 있음을 항상 감사한다. 그 중에도 겨울이 가고 봄을 맞이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은 더더욱 고맙다. 

다사로운 햇볕이 무거운 옷을 벗어버린 몸에 닿을 때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진정한 봄기운을 기분 좋게 전해주는 것은 새해 첫 가랑비가 산들바람을 타고 내 얼굴과 손등에 내려와 닿을 때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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