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한심한 예배당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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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우리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거룩한 분위기가 아니라 형형색색의 홍보용 현수막이다. 강단 주변과 로비는 교회의 각종 행사 정보와 선교 일정, 그리고 하나님의 성품보다는 인간의 위로나 섬김만을 강조하는 성경 구절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세상의 소란을 등지고 찾아온 성도들은 정작 성전 안에서조차 세속보다 더 요란한 인간들의 기획과 홍보물에 포위당하는 역설을 마주한다.

이러한 풍경은 주보의 간지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예배의 신학적 의미를 되새기거나 깊은 묵상을 돕는 글귀 대신, 교회의 사업 계획과 모임 공지가 담긴 종이 뭉치가 예배의 도구로 손에 쥐어진다. 성전은 하나님의 영광이 머무는 처소가 아니라, 인간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기능적인 집회소로 전락했다. 

지금의 예배당은 하나님이 주인으로 임재하시는 성소라기보다, 인간의 친교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목적 홀에 가깝다. 성도들이 예배당에 들어서며 직관적으로 느껴야 할 경건함과 경외심은 실종된 지 오래다. 하나님이 이 공간의 주인이심을 나타내는 정성이 보이지 않고 대신 인간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때로는 날선 논쟁만이 공간의 공기를 채운다. 

예배당의 시각적 환경을 정화하는 일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고통스러운 결단이어야 한다. 예배당은 오직 창조주 한 분만을 의식하며 그분 앞에 단독자로 서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배당이 예배하는 성소로서의 권위를 회복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곳에 이미 계신 하나님의 임재를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

교회는 예배당 안에서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선포하는 거룩한 비움의 미학을 배워야 한다. 예배당에 발을 들이는 모든 이가 하나님이 이곳의 주인이심을 고백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무너진 예배를 재건하는 가장 기초적인 걸음이다. 인간의 소란한 흔적을 과감히 걷어내고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시선을 회복할 때, 비로소 우리의 예배당은 다시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예배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의식이다. 찬양도, 기도도, 설교도, 예물도, 성가도 모두 하나님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하나님이 액세서리가 아닌 주인이 되고, 은혜받는 수단이 아닌 영광의 주체가 되고, 하나님의 나라와 그 뜻이 나타나는 공간과 시간이 조성되어야 한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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