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회] 서울노회 장로회, 대구·경상 지역 기독교 유산 순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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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속 마주한 100년 복음의 발자취… “이제 우리가 사도행전의 역사를 이어갈 때”

서울노회 장로회(제61회기 회장 황도연)는 지난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대구 및 경상 지역 기독교 역사 유산 순례 탐방을 진행했다. 이번 탐방은 주님의 십자가 고난과 그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사순절 기간에 이뤄져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됐다. 장로회원들은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척박한 땅에 뿌린 복음의 씨앗과 눈물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유산을 다시 가슴에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첫째 날, 군위 성결교회와 대구복음화의 현장을 걷다

군위성결교회

순례단은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해 경북 군위에 위치한 군위 성결교회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군위 성결교회는 1920년 김병선 전도사가 ‘군위전도관’을 세우며 시작된 교회로, 장로교단이 교회를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던 척박한 지역에 복음의 기초를 놓은 뜻깊은 현장이다. 처음에는 소박한 한옥 다섯칸으로 출발했으나, 1937년 두 번째 예배당을 신축하며 부흥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이 예배당에는 남녀 출입구가 엄격히 구분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유교적 전통이 강했던 당시의 시대 상황과 그 속에서 복음이 어떻게 스며 들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후 본당과 교육관을 증축하며 성장한 군위 성결교회는 농촌 지역이라는 한계와 일제강점기의 탄압,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105년 동안 믿음의 자리를 굳게 지켜왔다. 현재 이곳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이자 성결교단의 소중한 선교기념지로 지정되어 있다.
순례단은 이곳에서 허병국 목사의 설교로 도착예배를 드렸다. 허 목사는 ‘우리 후손들의 질문(수 4:21~22)’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하며, 홍해와 길갈에 세운 열두 돌의 의미를 설명한 뒤 “한국교회는 자랑스러운 복음의 역사를 기억하는 데 머물지 말고, 그 유산을 발판 삼아 미래로 담대히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씀은 참석한 장로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군위성결교회

이후 순례단은 대구로 이동해 본격적인 유적지 탐방에 나섰다. 이날 해설은 총회 역사위원회 전문위원이자 자천교회 담임인 손산문 목사가 맡아 깊이 있는 역사적 배경을 더했다. 경상감영공원에서 출발한 여정은 대구근대역사박물관, 3·8만세운동길, 대구읍성 남문 터로 이어지며 대구의 근대사와 기독교 복음화의 흐름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어 천주교 관덕정 순교기념관과 남산교회를 거쳐 방문한 대구제일교회 역사관은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총회 사적 제13호로 지정된 이곳은 대구·경북 지역 모(母) 교회인 대구제일교회 첫예배 터로서, 현 역사관 건물은 1933년 세 번째 예배당으로 건축되었다. 붉은 벽돌로 조적한 고딕양식의 고풍스런 자태는 1893년 베어드 선교사의 복음 전래를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 복음화의 중심 역할을 했던 수많은 선배의 기도와 헌신을 떠올리게 했다.

교남기독교회관

순례단은 이어 교남기독교청년회관을 찾았다. 그곳에는 대구 3·1만세운동과 관련한 역사적 사료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태극기 아래 적힌 ‘십자가를 등에 지고 태극기를 손에 들고’라는 문구 앞에서 순례단은 한동안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뜨거워진 마음으로 순례단은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과 독립운동가 서상돈 고택, 계산성당을 차례로 둘러본 뒤 선교사들의 사택과 묘역이 자리한 청라언덕(미북장로교 대구선교부 터)에 올랐다. 묘역 앞에 선 장로들은 낯선 이국의 땅에서 오직 복음을 위해 헌신한 선교사들을 떠올리며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첫날의 여정은 청라언덕 인근, 옛 영남신학교 자리에 2002년 새롭게 헌당된 대구제일교회를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밀려오는 깊은 영적 감동 속에 장로들은 피로를 잊은 채 복음의 역사를 한마디라도 놓칠까 끝까지 해설에 귀를 기울였다.

둘째 날, 자천교회와 순교의 현장에서 신앙의 깊이를 배우다

자천교회

둘째 날 아침 순례단은 영천 자천교회를 찾았다. 손산문 목사가 시무하는 자천교회는 한국 초기 교회의 원형을 잘 간직한 아름다운 한옥 교회로, 초기 개신교 신앙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귀한 현장이다. 이 교회는 권헌중 장로의 헌신으로 시작됐다. 초가 3칸 한옥에서 서당을 겸한 가정교회로 출발해 1904년 목조 와가 예배당을 세웠고, 이 예배당은 ‘겹집 구조’라는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져 건축사적·문화 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그 가문의 신앙 이야기였다. 권헌중 장로는 교회와 나라를 섬기느라 가세가 기울어 자신의 집을 빚으로 넘겨주어야 했지만, 훗날 그 집을 인수한 후손들이 이 가옥들을 다시 교회에 헌납하는 은혜의 역사가 이어졌다. 교회 마당에 걸린 낡은 종은 지금도 주일마다 예배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손 목사는 “교회가 큰 위기에 처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둘 때마다 권헌중 장로의 후손들이 어김없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수많은 목회자와 교회 중직자를 배출한이 믿음의 가문에서 후손 중 단 한 명도 신앙을 떠난 이가 없다는 간증은, 다음 세대 신앙 계승이 중요한 과제가 된 오늘의 한국교회에 큰 도전을 주었다.

화목교회 순교테마공원

이후 순례단은 청송 화목교회 엄주선 강도사 순교테마공원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화목교회를 섬기던 엄주선 강도사가 북한군 패잔병들에게 끌려가 순교한 뒤 조성된 순교 기념지다. 특히 엄 강도사 부부의 묘 옆에 당시 시신을 직접 수습해 안장했던 장로들과 그 부인들의 묘가 나란히 자리한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리는 비록 순교자가 되지 못했으나, 죽어서라도 순교자의 발치에 남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조성된 묘역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순례단 모두는 깊은 숙연함과 뜨거운 전율을 느꼈다.
이어 방문한 안동 하회마을의 하회교회 역시 특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민속 마을안에 자리한 이 교회는 유교적 전통이 강했던 풍산 류씨 집성촌에서 남성들의 심한 핍박 속에서도 여성들에 의해 세워진 교회다. 수많은 배척 속에서도 100년의 세월을 견뎌낸 하회교회의 모습은 한국교회를 지탱해 온 어머니들의 강인한 신앙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어서 방문한 안동교회 또한 1937년 건축 선교사 보리스가 설계한 장방형 석조 예배당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복음의 증거로 서 있던 신앙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척곡교회에서 되새긴 ‘신앙 전승’의 사명

척곡교회에서

마지막 종착지는 봉화 척곡교회였다. 이곳은 대한제국 탁지부 주사라는 관직을 버리고 낙향한 김종숙이 세운 민족 교회로, 항일과 독립운동을 위한 군자금 송금의 비밀 거점 역할도 감당했던 곳이다. 전형적인 정방형 전통 한옥 예배당 옆에는 초가로 지어진 ‘명동서숙’이 남아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성경뿐 아니라 국어, 역사, 산수를 가르치며 민족의식을 일깨웠다고 한다.
손산문 목사는 “설립자 김종숙 목사의 손자 김영성 장로(작고)가 뉴질랜드에서의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무너져가는 시골 교회를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고 전했다. 군불도 들어오지 않고 마실 물조차 귀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척곡교회를 잊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할아버지가 세운 교회를 지켜냄으로 지금의 척곡교회가 있게 되었다는 설명에 순례단의 가슴은 다시 한번 뭉클해졌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며 손 목사는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교회에는 예배, 전도, 봉사, 헌금,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다섯 가지 사명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신앙 전승의 사명”이라며 “믿음의 선배들이 남긴 유형의 유산을 직접보고 느끼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후대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신앙 전승”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첫날 군위에서 허병국 목사가 전한 ‘홍해와 길갈에 세운 열두 돌’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었다.
1박 2일의 짧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서울노회 장로회 회원들은 방문하는 곳마다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깊이 체험했다. 그들의 마음에는 피로보다 더 큰 사명감이 남았다. 장로들은 “사도행전의 역사는 결코 성경 속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바로 이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왔음을 확인했다”며 “이제 우리가 그 믿음의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세대에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전승하는 사명자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며 순례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육근해 장로

  • 왕십리중앙교회
  •  서울노회 장로회 부회장
  • 장애인문화복지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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