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건강과 행복] 어른이 존경받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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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경하는 일, 선택 아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위한 필수 조건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어른에 대한 존중이 약해지고, 질서가 흔들리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변화와 혁신, 새로운 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변화가 전통과 경험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사회는 균형을 잃고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삶의 무게를 견디고 지혜를 쌓아온 어르신들은 단순히 과거를 살아온 존재가 아니다. 그분들은 공동체를 안정되게 지탱하는 ‘그루터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나무가 베어진 후에도 그루터기가 남아 다시 생명을 이어가듯, 공동체 역시 어른들의 경험과 통찰 위에서 지속될 수 있다. 성경은 이러한 지혜의 가치를 분명하게 강조한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 16:31)는 말씀은 나이가 단순한 시간의 축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가치임을 보여준다. 또한 “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레 19:32)는 말씀은 어른을 공경하는 일이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음을 가르친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이러한 가치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빠른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경험보다 속도가, 깊이보다 즉각성이 더 높이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어른들의 말은 ‘옛 이야기’로 치부되거나, 때로는 귀 기울일 필요조차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 지역 복지관에서 만난 80세 어르신은 “예전에는 동네에서 어른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말을 걸어도 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외로움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가 약해졌다고 느끼는 심리적 고립의 문제이다.

반면, 세대 간 존중이 살아 있는 공동체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한 마을에서는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전통 놀이와 삶의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인내와 관계의 의미를 배우고, 어르신들은 자신이 여전히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을 넘어 공동체 회복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최근 젊은 세대가 끈기가 부족하고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빠른 성공을 요구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생의 굴곡을 실제로 지나온 어르신들의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 실패를 견디는 법, 시간을 기다리는 법, 관계를 지켜내는 법은 이론이 아니라 삶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다.

어른을 존경하는 사회는 단순히 예의를 지키는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강한 사회이다. 반대로 어른을 무시하는 사회는 경험을 배제한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세대가 단절된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회이다. 젊음의 열정과 어른의 지혜가 함께 어우러질 때, 공동체는 비로소 균형과 깊이를 갖게 된다.

어른을 공경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금 우리가 어른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결국 미래의 우리가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어른이 존경받는 사회, 그 사회가 곧 아름다운 사회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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