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수상] 통찰하라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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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면 아래 있는 문제의 핵심을 간파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통찰력이기에 기업을 이끄는 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각계에서 내리는 통찰의 정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통찰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대안이 아닐까 싶다. 또 통찰 속엔 개인의 이익만을 위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유익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기운이 담겨 있다.
동국전자가 후발 주자로 시작되었지만 원가절감에 성공을 거두며 안정적으로 운영되자 생각이 많아졌다. 엔지니어의 숙명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인 만큼 기술 보국에 일조하겠다는 신념을 성취하려면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우리의 기술력으로 부품을 개발하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면 가능했지만,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시장경제에서 개발 이후의 판로 개척과 앞으로의 추이등을 염두에 두었을 때 정말 필요한 개발인지 가늠해야 하다 보니 일이 복잡해졌다.
매시간 최선의 선택과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 있다 보면 인간의 한계와 부족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과연 이 길이 옳은가, 이 결정이 정말 우리 회사를 위해 좋은 것일까, 끊임없이 묻고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신앙의 힘과 기도로 사업을 하고 있던 터라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곤 했는데, 하루는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주셨다.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그분의 방법은 자연스러운 인도 가운데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에서, 잘하는 일에서 소리 없이 도우실 것이다.’
그러자 내가 있을 곳은 작업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장갑을 끼고 작업복 차림으로 앉아 새롭게 출시된 부품, 들여온 부품들을 요리조리 분해해보고 다시 조립도 해보며 그 세계에 빠져 있는 동안이 내겐 최고의 시간이었다.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하고 의아해하며 버릴 수도 있지만, 내게는 또 하나의 세계였다. 허름한 책상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작은 부품들을 들여다보며 원리를 이해하는 그 시간이 참으로 귀했다.
‘아, 이건 이렇게 만들었구나. 가만있자, 우리가 만드는 부품과 어떻게 연결해볼 수 있을까?’
날마다 부품의 원리를 들여다보며 이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영업이나 구매를 위해 거래처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 공장에 있었다. 공장에 있지 않을 때도 생각과 정신은 늘 공장으로 향했다.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외출할 일이 생겼다. 아이들과 아내는 외출한다는 사실이 기뻤는지 한껏 들떠 있었다. 가족이 모두 차를 타고 거리를 지나갈 때였다. 바깥은 봄, 한창 봄을 알리는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고 아내와 아이들은 창밖 풍광을 보며 연신 감탄 중이었다.
“여보, 방금 꽃 봤어요? 정말 예쁘죠?”
“…….”
순간 나를 힐끗 쳐다보던 아내가 다시 물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꽃이란 말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아내가 말했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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