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자『한국장로신문』18면《부음(訃音)》난에는《캐나다 유학생들의 아버지 조영택 목사》의 소천 소식이 실려 있었다. 내가 이 신문을 받기 전날 미국에서 동생 문 목사가 보내준 장신대 신대원 출신 목사들의 단체 카톡방에 올려진 조영택 목사 가족이 10월 18일에 드린 임종예배의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가족 10명이 드린 이 임종예배는 비록 조목사가 침대에 누워 드린 임종 직전의 예배이지만 순서에 조영택 목사의 메시지가 들어있고 마지막 축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영상을 보니 분위기가 너무 감동적이고 은혜로워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40분간 계속된 가족예배 실황을 끝까지 응시하였다.
내가 1960년대 후반, 서울 신일고등학교에 교사로 부임할 때 입사동기생 중에 조유택(趙裕澤, 1942~ 남대문교회 원로) 목사가 있는데 조영택(1936~2020) 목사는 조유택 목사의 형님이시다. 조영택 목사(캐나다 밴쿠버갈릴리교회 원로)가 지난 10월 19일 밴쿠버 자택에서 별세했다. 장례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장으로 진행됐으며 유족으로는 강환 사모와 조준모 교수(한동대) 등 1남 3녀가 있다.
조영택 목사는 연세대와 숭실대에서 수학 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을 졸업하고 1969년부터 서울『장석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다가 1985년 사임, 이후 캐나다로 이주해《밴쿠버갈릴리교회》를 개척했다. 캐나다『서부지역 코스타』대표를 역임한 조 목사는 밴쿠버에《유학생 선교센터》를 세워 학생들의 신앙생활과 학업을 지원, “밴쿠버 유학생들의 아버지”로 불렸다. 2009년 45년간의 사역을 마칠 때까지 ‘청년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을 위해 헌신하였다.
임종예배의 처소는 조 목사 자택 거실인 듯하다. 여러 개의 소파가 둘러 있고 중앙 모서리 벽에 높이를 조절해서 머리 부분을 높인 침대 위에 조 목사가 눈을 감고 누운 채 예배가 시작되고 있다. 아드님인 듯한 젊은이가 기타반주로 찬송을 인도한다. 제일 먼저 부른 찬송은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였다. 이때 누워있는 조목사의 얼굴은 다소 초췌하였으나 표정은 퍽 평화스러워 보였다. 손자인 듯한 젊은 청년 한 사람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예배에 동참하고 있다.
조 목사가 흘리는 눈물을 그 옆에서 사모가 연신 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다. 첫 번째 찬송 의 마지막 절이 끝나자 “내 영혼이 은총 입어~”가 이어졌고 찬송가의 마지막 소절, “주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의 부분에서는 조 목사도 함께 부르는 입모습이 보인다. 이어서 성경봉독 순서에는 가족이 각자 준비한 성구를 돌아가며 한-영 버전으로 낭독한다. 눅 17:20~21, 롬 8:28, 마 10:29~31, 시 31:15, 시 37:23~24, 렘 29:11, 사 43:1~3(성경을 낭독하던 딸로 보이는 여성의 울음 섞인 음성이 들린다) 마지막 성구, 신 1:29~31은 전체가 목소리를 맞춰 합독함으로써 성경복독 순서를 마치게 된다.
다시 아드님의 음성이 들린다. “아버지, 말씀하실 거 있으세요?” 잠시 숨을 고른 조 목사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하나님은 나를 지으시고, 나를 만드시고, 나를 지켜주시는 주님을 꼭 믿고 사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내 것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것입니다. 하나님은 내 안에 계십니다. 끝까지 계십니다. 나의 주권자는 하나님이십니다. 내가 대장이 아니고 하나님이 대장이시니 내가 대장되려고 하지 맙시다.” 조 목사의 임종예배 메시지였다.
아버지가 믿음을 고백하신 찬송을 부르자고 사회자가 제의한다. “내 본향 가는 길 보이도다/ 인생의 갈 길을 다 달리고/ 땅위의 수고를 그치라 하시니/ 내 앞에 남은 일 오직 저길//” 마지막 절이 끝나자, 조 목사는 고개를 쳐들고 눈을 크게 뜨고 참석자들을 휘둘러보며 손을 흔든다.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화상(畵像)으로 예배에 동참한 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이어서 조 목사의 축도가 이어진다. “지금은 우리 주 예수의 은혜와 성령의 감동감화와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이제부터 영원히 이들 가운데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가족 예배가 끝나자 조 목사와 강환 사모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본인의 임종예배에 남은 가족들을 위해 축도하는 조 목사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