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성서주일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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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 기간입니다. 대림절은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이 대림절 기간 중인 12월 둘째 주일에 ‘성서주일’이 있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에 감사하며, 그 말씀을 가까이하고, 그 말씀을 전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주일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자신의 성경이 없는 지구촌 이웃들에게 성경을 보급하는 일을 위해서 기도하는 주일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성서주일’을 맞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이동 제한’과 ‘폐쇄 조치’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의 현장 예배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르면서, 정상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우리에게 소망과 위로가 되는 것은 주님의 말씀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쓰고, 묵상하며, 말씀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빛이요, 이 어려운 상황 속의 지혜이며, 소망이기 때문입니다.(시 119:105)

코로나19로 인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예배와 신앙생활에 많은 불편과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금년 5월 즈음에, 세계성서공회연합회(United Bible Societies)에서는 전 세계 성서공회들의 상황을 긴급히 점검하고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습니다. 전 세계 150여 개 성서공회 중에 약 90여 개의 성서공회가 성서 보급에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그중에 약 40여 개 성서공회는 성서 보급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어려움에 처한 성서공회들을 돕기 위한 ‘연대 기금(Solidarity Fund)’을 조성하기로 하고, 각 성서공회에 동참을 호소하였습니다. 본 공회에서는 미화 50만 불에 해당하는 113,599부의 성서를 제작하여 17개 성서공회에 무상으로 보급할 계획입니다.
‘연대 기금(Solidarity Fund)’은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도 성경을 보급하는 사역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기금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서공회의 성서 보급을 도울 수 있습니다. 중국의 문화혁명기에도, 성서 보급이 불법이었던 구소련 지역에서도, 2004년 쓰나미가 태평양을 황폐화시켰을 때에도,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성경 보급을 위해서 함께 힘을 보탰습니다. 오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성경의 위로와 소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함께 연대하여 성경을 간절히 찾는 사람들에게 성경 보급의 사명을 감당하는 곳이 바로 성서공회입니다.

우리 한글 성경을 처음 번역하고 보급할 때 서구 성서공회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존 로스 선교사와 한국인 동역자들이 만주에서 최초 한글 성경을 번역하고 출판할 때 스코틀랜드와 영국성서공회가 함께했습니다. 이수정이 일본에서 마가복음을 처음 한글로 번역하고 출판할 때 미국성서공회가 함께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 시기에 성서 보급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미국과 영국성서공회에서 함께 연대했습니다. 이러한 서구 성서공회들의 재정 지원은 대한성서공회가 재정적으로 자립한 1978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예루살렘교회가 큰 흉년이 들어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 때, 안디옥교회가 바나바와 바울의 편에 부조를 보낸 것은, 안디옥교회와 예루살렘교회가 아름답게 연대한 좋은 사례입니다.(행 11:27-30) 이러한 연대의 정신을 따라, 코로나19로 성서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에게 성경을 보급하는 사역에 한국교회와 성도 여러분의 기도를 요청드립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보내는 성경은 두 가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첫째는, 온라인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지역에 그리고 성경조차 구비되지 않은 기독교인 가정에 성경을 보급함으로써, 그들의 신앙을 견고하게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대면 활동이 제한됨으로써 선교활동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성경 자체가 복음을 전할 것입니다.

권의현 장로<대한성서공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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