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다림’은 소중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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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때면 많이 듣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기다림’이다. 이 ‘기다림’은 우리에게는 친숙한 말이다. 사람을 기다리고 지하철을 기다리며, 생각지 못한 행운을 기다리고, 어려움을 잊을 만한 좋은 일도 기다린다. 또 계절과 같이 당연히 찾아올 일들도 기다린다. 그리고 우리는 ‘기다림’ 속에서 노력, 인내, 희망과 같은 아름다움을 배운다. 그런데 이 ‘기다림’은 우리만의 것이 아닌 예수님께도 친숙한 일이다. 공생애를 위한 예수님의 30년, 사역을 위한 금식의 40일, 부활을 위한 3일 그리고 재림을 위한 알 수 없는 시간은 우리를 위해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기다림의 시간으로 대강절을 지키고 있고, 곧 ‘성탄’이라는 온 세상이 누릴 가장 큰 축복으로 찾아올 것이다.

‘기다림’은 아름답다. 봄과 꽃을 기다리고, 여름과 비를 기다린다. 가을과 열매를 기다리며 겨울과 눈을 기다린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과 찾아올 사랑 또한 기다린다. 그런데 기다리는 마음은 참 아름답다. 사실 우리는 ‘지금’, ‘빨리’, ‘단번’ 등 인간의 한계로 인한 ‘조급함’에 익숙하다. 오히려 ‘기다림’은 다소 어색하지만, 사람이 자신에게 없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기다리는 사람과 기다리는 마음은 우리에게는 언제나 아름답다. 예수님의 탄생을 향한 우리의 기다림 또한 아름답다. 한 해 동안 바쁘게 지내온 만큼, 평생 복잡함을 반복해 온 만큼, 성탄을 잊고 지냈던 만큼, 찾아오는 성탄은 우리에게 항상 새롭고 아름답다.

그리고 ‘기다림’은 참 좋은 일이다. 아름다움을 넘어, 기다림은 ‘변화’라는 좋은 열매를 우리에게 준다. 기다림 후에 만남이라는 선물도 있지만, 기다림의 과정 속에 더 좋은 선물들이 있다. 기다리면서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감사한 일을 기억해낸다. 또한 잊었던 고마움이 생각나고, 알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가오는 내일의 모호함 속에서 겸손을 가르쳐준다. 성탄을 기다리며 인간의 한계를 이겨내는 마리아, 오해와 갈등을 이겨내는 요셉, 고난을 견디는 동방박사, 그리고 새벽잠을 이겨낸 목동들 모두 기다림을 통해 좋은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꼭 필요한 것이다. 기다림은 ‘소망과 은혜’를 필요로 하는데,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는 이것이 꼭 필요하다. 지나온 슬픔과 고통에 울고 있는 사람, 현실의 아픈 상처의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 내일의 근심과 걱정에 고민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 모두이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은혜와 소망’이 필요한 사람도 바로 우리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슬픔과 상처와 근심을 넘어서 하나님의 ‘은혜와 소망’으로 가는 생명의 길이다.

지금 우리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림절과 성탄은 해마다 찾아오는 절기이지만, 올해는 더 가슴속 깊이 다가온다. 아마도 우리 처한 오늘의 상황이 어렵고 힘들고 두렵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기다림’이라는 놀라운 생명의 선물이 있다. 기다리면서 내 삶의 마구간을 바꿔보고 싶다. 어두운 곳이기에 등불도 켜고, 더러운 구유이기에 깨끗이 닦아도 보고, 오물이 묻은 바닥이기에 깨끗한 풀도 두고 말이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을 내 삶의 조금이라도 나은 곳에서 뵙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 ‘기다림’이 너무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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