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쉼터]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생활

Google+ LinkedIn Katalk +

고등학교 동문으로 일찍이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받고 유수한 석유회사에 취직해 지금껏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다가 붓글씨 쓰기에 입문해서 이제는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연말이면 사자성어로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는데 이번에 보낸 내용이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우리가 이 시대에 다시 한번 되씹어볼 말이라 여겨진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같은 제자인 자장과 자하 중에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대답했으니 이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면서 결국은 중용이 좋다는 결론을 말해주었다. 이렇게 진리는 아주 평범한 것인데 우리가 이를 알고 이해하며 실천하기는 몹시 어려운 것이다. 실례를 들면 여성들이 많이 하는 화장만 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볍게 하는 것이 더 좋은데 조금 무리하게 하여 오히려 자신이 지녔던 아름다움을 망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늙기 전에 건강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운동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젊은 시절에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리했던 것을 뒤늦게 만회하기 위해 도를 지나쳐 무리하게 운동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더욱이 노년에는 건강에 신경을 써서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영양제를 무리하게 복용하여 생각지도 못하는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더군다나 사회생활에서 남을 대하는 자세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랫사람이나 젊은이들에게 무례한 자세를 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상사에게 필요 이상으로 아부를 하는 모양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다만 격에 맞게 그리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모든 사람에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경계에 서게 되었다. 원하지 않았던 코로나로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가 모두 헝클어져 혼돈의 시간을 보냈고, 아직도 이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얻지도 못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에 모두 동참해 이제는 정신을 차려, 이 혼돈의 세계를 정리해야 한다. 그동안 별다른 규제 없이 또한 흉허물 없이 만나던 사람들과의 교제도 보이지 않는 통제로 어려워져, 과거에는 느낄 수 없었던 억압된 생활을 했던 한 해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누려왔던 자유스러운 활동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나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 갖는 불만족이 많이 있지만, 이런 문제는 나의 능력에서 벗어난 일로 여기고 다만 지극히 직접적인 일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형편이다. 이렇기에 나도 내가 신경을 쓰고 기도하는 범위를 나의 가족과 교회, 그리고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로 제한하기로 했다. 오지랖 넓게 행동하는 것은 내가 이번에 다시 한 번 느끼고 생각하는 과유불급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벗어나 새롭게 사는 방법을 주님은 쉬운 말로 가르쳐 주셨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 희망의 새해에 우리가 품어야 할 생활 자세며 이를 실천하는 마음이 곧 과유불급의 생활 자세인 것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