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경찰의 공룡화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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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그간 검찰이 행사해 온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넘김과 동시에 수사를 전담하는 국가 수사본부가 발족하며 종전의 경찰조직을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분리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국정원이 행사해 온 대북수사권도 3년 이후에는 경찰로 넘긴다고 한다. 이렇게 경찰의 권한이 확대됨에 따라서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 역시 더 무거워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이 엄청난 혁신을 해야만 하는가? 거기에는 크게 봐서 두 가지의 커다란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첫째는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상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경찰보다 훨씬 더 우월한 역량을 갖춘 경찰로 탈바꿈하기 위한 조직과 인사에 대한 근본적 혁신이라 하겠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 두 가지의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인데 이것이야 말로 경찰과 검찰의 책임자들에게 주어진 건국 이후 가장 커다란 도전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부 부처 간에 허다한 기능조정 또는 재배분과 그에 따른 조직개편을 경험했다. 그것은 그간 디테일(the details, 세부사항)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입법취지가 소멸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에 이러한 기능 재배분이나 조직개편이 겉으로 내놓은 그럴싸한 명분보다는 특정 부처(특히 이른바 권력이 센)의 조직 내부의 다양한 수요 즉, 인사 적체의 해소나 예산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아니면 정치권의 얄팍한 계산에 의해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 문제는 설혹 그런 숨은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개편이나 조정을 구체적으로 마무리하는 후속 조치 즉, 디테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있다. 그럼으로 이 과정이 단순히 입법과정이 아니라고 해서 실무진에게 백지수표를 거머쥐게 하지 말고 그런 입법 취지가 잘 담겨지도록 디테일의 전 과정을 감시하는 일은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언론과 정치권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국회는 전통적으로 법률로써 모든 행정적 사무, 기능, 권한 등의 큰 윤곽과 매듭만을 결정하고 내부의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을 비롯한 각 해당 행정부령으로 규정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 책무를 넘겨받은 관료들이 과연 자기들 몫이라고 해서 그 입법 취지에 역행하는 일이 허용되어서는 결코 안 되겠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각종 정부령을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각 부처 간에 극심한 권한 다툼이 생기고 이른바 권력이 센 부처의 승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 것이 크게 틀리지 않는데 만약에 이런 실무자들이 자기 때문에 자기 부처에 불이익이 돌아왔다는 따돌림의 위험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 그들은 이 과정에서 처음부터 투쟁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정 강점기로부터 시작해서 긴 세월 동안 권위주의적 정권하에서 행정을 규제하는 일을 법률보다는 편리한 대통령령이나 부령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는데 그것은 법률은 제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개정은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른바 스케래톤입법(skeleton, 법률은 큰 그림만 그리고 구체적인 것들은 행정부에 위임하는 제도)을 선호하는 편이고 정치권 역시 골치 아픈 구체적인 문제는 행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위임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 검경의 이러한 조정 시도가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반드시 입법취지 대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행정법제 과정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왜 이런 수사권 조정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적극적인 여론의 지지가 절대로 필요하다. 즉, 그간 우리 국민은 치열한 교육열과 경제 발전에 힘입어 이른바 선진국에 못지않은 시민의식과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의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 과정에는 그러한 국민적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는데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이번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하면 ‘무죄추정의 원칙’ 하에 모든 혐의자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전 수사 과정에 인권유린이 없도록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른바 ‘유전무죄나 무전유죄’와 같은 우리 사법부 전체를 먹칠하는 사회적 통념이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경찰, 검찰, 그리고 법원에 이르기까지 전 사법행정 과정에 대한 자기성찰과 아울러 불사조와 같은 감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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