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회복할 수 없게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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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 삶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변화를 주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변화로는 일상에서의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준수가 생활화되었다. 마주 보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배워온 사람 간의 유대관계를 정반대인 비대면(untact)으로 바꿔 놓았다. 비대면은 사업의 호황과 불황 분야의 경제흐름까지 바뀌게 하고 있다. 사회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장했던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해 변화의 강력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겪게 된 개인적인 불편을 받아들이고 사회적인 불만족과 결함을 이해하며 이겨내기 위한 조치에 너 나 없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너 나 없이 모두가 급격한 변화나 문제의 상황 속에 놓이게 되었을 때 반드시 정상적인 작동을 해주어야 하는 곳이 있다. 국가공공기관과 교회와 같은 종교기관이다. 광의의 개념에서 보면 교회의 사명과 국가의 국민을 위한 정책은 동질성이 크다. 문제나 결함이 있는 사람에게 온전함을 회복하게 하고 그것을 누리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가 교회다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정부가 정상작동을 위해 취한 조치와 수단에 피해의식만 앞섰던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교회가 무조건 이타적일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기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연히 교회가 사회적 공공성의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그러기를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세상은 교회에 대해 더욱 실망했다. 크리스천이라는 성도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심지어 교회를 위한 공간임대를 거절하는 사회적 교회거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교회에 대해 세상이 보여주는 현상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교회가 초래한 대가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주고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는 자와 십 리를 동행하라는 말씀의 교훈을 온전히 행함으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규모의 큰 피해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피해 무게를 가늠하기보다는 무조건 먼저 지역 공동체성을 회복하게 하는 사회적 공공성을 제공하는 기관이 되었어야 했다. 교회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일반 복지기관들도 비대면으로 시설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일손을 놓고 가만있어도 누가 무어라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만있지 않았다.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게 하는 공공성의 역할을 찾아내고 만들어냈다. 집단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개별 서비스로 전환하고 유선이나 화상으로 만남의 기회를 더 많이 갖는 등 오히려 자기 본연의 역할과 활동 시간의 범주를 확대했다. 일반 사회의 복지기관조차 공공성 수행의 책임과 공동체성 유지를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는데 교회는 어떠했던가? 코로나19의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을 시작하고 있고 분명 치료제도 등장해 코로나19의 문제는 해소될 것이다. 코로나19가 해소되고 나면 세상이 교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감정이 사라지게 될까? 옛 말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다. 회복을 간구하는 교회의 기도가 중언부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상황에 대한 해석을 피해 중심이 아니라 사명과 사역 중심의 공공성 실현에 두어야 한다. 교회가 세상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교회 본연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게 되면 교회의 대표적인 공공성이라 할 수 있는 지역사회와 더불어 모두가 복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그러고 크리스천이라 불리는 성도들이 교회의 공공성 회복에 합당한 행위로 세상의 인식기준에 부합한 체질로 거듭나야 한다. 그럴 때 교회 본연의 사명과 사회적 공공성이 더욱 온전하게 작동하게 된다. 교회의 교회다움과 그리스도인의 성도다움이 우리 안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지금 우리가 간구하는 회복을 위한 기도에 은혜가 임할 것이다. 모두가 코라나19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예전으로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만 붙들고 지금 변하지 않으면 교회는 모든 회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서 무엇을 기대하시며 코로나19의 경고를 주셨는지 그 섭리를 헤아리는 회복을 위한 변화가 있기를 기원한다.

정신천 목사
<총회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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