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보아스] 사순절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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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이 시작되었다. 교계 일각에 왜 사순절을 지켜야 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소리가 있다. 그리고 어떤 교단에서는 사순절을 지켜서는 안 된다고 총회 결의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이런 문제제기와 주장의 요점은 가톨릭교회가 지켜오고 있는 전례 가운데 하나인 사순절을 왜 기독교가 따라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성경에 나오지 않는 것을 왜 지켜야 하는가 그리고 종교개혁자들이 폐지한 것을 왜 다시 지키려 하는가라고 주장하는 소리도 있다.

이런 문제제기와 주장들은 사순절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오랜 세월 가톨릭교회가 사순절을 지켜오면서 그 정신과 본질을 잃어버리고 형식 위주의 전례가 돼 버린 점을 볼 때, 사순절을 가톨릭교회처럼 지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중세 이전 초기 교회가 사순절을 지켜온 본래의 모습을 살펴볼 때, 사순절은 여전히 우리가 지켜가야 할 소중한 믿음의 유산인 점은 분명하다.
사순절의 시작은 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활주일에 세례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시작된 이 사순절은 처음에는 40시간만 지켰다. 이는 예수님께서 무덤 속에서 40시간 동안 계셨던 것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3세기에 이르러서 부활주일 전 한 주간으로 확대되었다가 또 30일로 연장되었다. 마침내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처음으로 사십일로 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세례를 받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시작된 사순절은 4세기부터 전 교인들을 위한 절기로 발전되었다. 특히 어거스틴 때에 이르러서는 세례와 상관없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고 참여하는 절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순절 기간 엄숙한 예배와 경건생활을 강조하게 되었고,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을 부정하고 참회하는 기간으로 지키게 되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기독교가 공인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세례받기를 위해 준비하는 사람의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아세례가 대대적으로 행하여지면서 사순절 기간 동안 세례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사순절의 세례와 관련된 의미는 점점 줄어들었고, 대신 참회적인 차원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게 된 것이다.

그러면 오늘 우리는 어떻게 사순절을 지켜야 할 것인가? 우선 초기 교회가 사순절 기간을 세례 준비자들을 교육하는 일에 힘썼던 것처럼 우리가 신앙교육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신앙의 핵심인 예수가 누구시고, 예수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공부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일과 기독교 핵심교리를 공부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초기 교회가 사순절 기간 금식하며 참회에 힘썼던 것처럼 우리가 절제하며 기도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톨릭교회처럼 금식을 할 필요는 없을 지라도 이 사순절 기간에는 잔치를 하거나 오락을 즐기는 일을 삼가고, 모든 부분에 절제하며 기도에 힘쓰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참회의 기도에 정진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금년 사순절은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지내게 된다. 더욱 절제하며 고난 가운데 있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며 뜻깊은 사순절을 보내야 할 것이다.

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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