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십일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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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결혼한 30대 초반의 부부가 교회에 새로 왔습니다. 이들은 결혼 후 독일에서 음악을 전공으로 유학을 하고, 음악 연주 극장에 취직이 되어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신앙심도 좋고 성실하게 모든 일을 잘 감당하며 열심과 헌신이 있는 부부였습니다. 나무랄 곳이 없어 보이는 부부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들은 십일조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주보에 헌금자 명단이 공개되어 있던 터라 십일조 명단에 그 부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성도들 사이에서도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적지만 반주자 사례비도 지급하고 있어서 더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부부는 한국의 큰 교회의 목회자 자녀였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필자는 십일조를 그 어떤 것보다 강조하던 때였기에 이 문제로 인해서 혼자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하던 중 직접적으로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을 앞에 두고 “십일조 생활을 왜 안 하세요?”라고 물어보려니 막상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그 부부 집에 심방을 갔습니다. 필자도 젊었고 그분들도 젊었기에 헌금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솔직하게 십일조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고민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들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그 말씀을 들으며 진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다음 주부터 그 부부는 곧 바로 십일조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목회자의 자녀라 그런 것인지 그들의 성품이 뛰어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남다른 느낌을 받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들 부부도 이제 직장에 취직해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섬길 교회를 정하고 십일조 생활을 하려고 계획하던 중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니 이제는 그렇게 십일조 하라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헌금 생활에 대해 말씀드리면 성도분들이 혹여나 상처 받지나 않을까 염려되어서 이야기 못하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움과 고민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야기했던 그 당시 필자의 모습이 더욱 그립습니다.

그리고 목회자가 직접적으로 십일조 이야기를 했을 때, 곡해하지 않고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성실히 행하는 그들 부부의 선하고 귀한 모습 역시 그립습니다. 그때가 너무 귀한 시절이었고, 그분들이 너무 귀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 하는 분들이 그 당시, 그분들이라고 여기며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게 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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