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거역할 수 없는 세계 민주화 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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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씨족공동체 생활에서 씨족장을, 부족공동체 생활에서 부족장을 세웠다. 부족공동체가 점차 국가로 성장되어 가면서 왕을 세우게 되었고 세습화되어 갔다. 이런 왕들은 원래 외침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들 간의 갈등과 이해관계의 조정자로, 정의의 실현자로 세워졌다. 하지만 왕은 이런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변질되어 갔다.
이런 왕의 변질과 관련된 대표적인 경우가 이집트의 파라오이다. 이집트에는 6,700㎞나 되는 나일강이 사막 가운데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면서 해마나 한 번씩 범람한다. 나일강변에 성장한 42개의 노메스(Nomes)가 제 각기 행동하는 형태로는 나일강 전체의 관개수리 사업을 효율적으로 전개해 가기가 어려웠다. 특히 홍수가 지난 후 분쟁이 많이 발생했다, 이들 노메스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전체 이익을 도모할 강력한 지도자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상황에서 오시리스(Osiris) 신화가 대두하고 파라오(Pharaoh)가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파라오는 점차 왕의 본래의 사명과 역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파라오는 태양신인 라(Ra)ㆍ레(Re)의 아들로 보통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신격화되어 갔다.
파라오는 태양신이 현현(顯現)한 것으로 절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존재가 죽었을 때는 피라미드(Pyramid) 같은 거대한 무덤까지 만들게 되었다.
이런 파라오의 절대주의 사상은 희랍의 민주정(民主政)과 로마의 공화정(共和政)지지 세력의 비판을 받으면서 민권이 신장되어 갔고, 특히 기독교 세력의 등장을 통해 서양 중세사회에서 인권 존중 사상이 더욱 신장되어 갔다.
서양 중세 말기에는 십자군전쟁(1096~1270) 후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도시가 발달하고 왕권이 강화되면서 16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절대주의가 대두했다. 이 시대의 왕들은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면서 군주가 국가의 주인으로서 절대권을 행사하려 하였다.
그러나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면서 절대정치를 행하던 영국의 찰스 1세는 1642년에 발생한 청교도혁명으로 처형되었다. 그 뒤 영국의 앤(Anne) 여왕은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의 유명한 계몽사상가 로크(J. Locke)는 『통치론』에서 필머(R. Filmer)의 왕권신수설을 비판하며 군주의 전제정치를 막기 위해 입법과 행정을 분리시키고, 인민주권에 입각한 민주정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크는 생명ㆍ자유ㆍ재산의 자연권 침범에 대한 방위로서 국가는 국민과의 계약을 통해서 성립된다고 보았으며, 혁명권을 포함한 최고 권력은 군주에게 양도되지 않고 국민이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프랑스에서도 영국 못지않게 절대주의가 발달하였다. 특히 루이 14세 같은 인물은 “짐이 곧 국가다(L’etat C’est moi)”라고 선언할 정도로 왕의 절대권을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외(Montesquieu)는 『법의 정신』에서 3권 분립을 주장했고, 루소(J. J.Rousseau)는 『사회계약론』에서 인민주권설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프랑스 계몽사상가들의 이런 주장과는 달리 왕권신수설에 입각한 절대주의 정치는 계속되었고, 마침내 1789년 프랑스혁명이 발생하여 1793년에 루이 16세가 처형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혁명 후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들에서는 평등사상이 확산되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으로 조직화되고 투쟁화되어 마침내 1917년 레닌(V. Lenin)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창출해내게까지 되었다. 그래서 한때 국제공산주의 운동(Comintern)이 지구의 절반 이상을 휩쓸기도 했다. 하지만 공산주의화 된 국가들은 대부분 프롤레타리아 독재정으로 변질되고 낙후된 사회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1991년 공산주의 종주국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붕괴되고, 동구권 15개국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하여 민주국가로 바뀌게 되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동구권 국가들에서 민주적 선거와 독재 청산을 위해, 그루지아에서 장미혁명(2003),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혁명(2004), 키르기스스탄에서 레몬혁명(2005)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소련붕괴 후 잔존한 러시아도 민주화 되어가면서, 독재와 부정 청산을 위해 민권투쟁이 부단히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1949년 마오쩌둥 주도 공산당 세력이 집권한 이후, 공산당 일당독재를 하고 있지만, 다당제로 가고 있는 세계의 민주화 추세를 장기적으로 거역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홍콩과 대만 등에서 불어오는 민주화의 물결을 억압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0년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불기 시작한 재스민혁명(Jasmine Revolution)은 벤 알리(Ben Ali) 정권과 리비아의 카다피(al Khadafi) 정권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정권을 무너뜨렸다.
최근에는 미안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치 여사를 지지하는 미안마의 민주화운동은 비단 버마에 국한된 문제라기 보다도 인도차이나 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의 민주화운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을 태양절(4월 15일)과 광명성절(2월 16일)로 정하고 국경일로 경축한다. 이들을 기념하는 수많은 동상을 만들어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받들어 숭배하게 하고 있다. 김정은도 왕처럼 종신 집권해 가고 있으며, 99% 참석에 100% 찬성투표를 70년 이상 하고 있으니, 이런 비민주적인 일을 언제까지 지속하고 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기에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이 등장하고 나폴레옹이나 박정희 같은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때로는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독재자가 등장하여 인권을 억압하고 생명을 마구 살상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독재 군주가 국민주권을 박탈하여 누르고 눌러도 민초(民草)는 오뚜기처럼 우뚝 서 나라와 세계사의 주인공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따라서 인류 역사가 독재정에서 민주정으로 흐르는 역사의 사조를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독재자들은 망각하지 말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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