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천국백화점’에서의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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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 필요한 것들이 많고 해서 쇼핑을 하러 나섰어요. 우선 “사랑”이 절실하여, 천국백화점 1층 진열대에 놓여 있는 ①“사랑(love)”을 카트에 실었죠. 기쁘고 평화롭게 이웃들과 사는 것이 중요해서, 한쪽 코너에 있는 ②“평화(peace)”도 실었습니다.

때로는 참지 못할 일도 있을 것 같아 차곡차곡 쌓여 있는 ③“오래 참음(patience)”도 하나 올렸어요. 자비를 베풀 일도 있을 것 같고, 착하고 충성되게 살아야 할 것 같아, ④“자비(kindness)”와 ⑤“양선(讓先=goodness)”과 ⑥“충성(faithfulness)”도 충분하게 담았습니다. 부드러우면서 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⑦“온유(gentleness)”도 담았습니다. 

온유까지 싣고 나오는데 아무래도 욕심이 많아 마지막으로 ⑧“절제(self-control)”도 한 묶음 실었죠. 이제는 세상에서 얼마든지 행복하고, 넉넉하게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계산대로 가서 너무 많이 사서 비싸겠다는 걱정을 하면서, 계산하는 천사에게 물었습니다.

“얼마죠?” 천사는 이 모두가 “공짜”라고 했습니다. “아니, 이 귀한 모든 것이 다 ‘공짜’라구요?” 천사가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이미 하나님께서 전부 다 지불하셨거든요.” 이것을 “은혜”라고 하죠. 우리의 구원도, 은혜도 곧 선물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빙긋이 미소 짓는 어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글을 어디선가 읽으신 기억이 있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김동길 교수께서 쓰셔서 카톡글을 통해 주고받은 글이기 때문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에 나오는 “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를 재미있게 꾸미고 각색을 하고 연출을 해서「천국백화점에서의 쇼핑」이란 제목을 붙여 주셨네요. 이 글을 읽자니 그 어른의 밝은 표정과 특이한 어투와 여유 있는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여기 나온 아홉 가지 항목 중에 유독 “양선”에는 한자가 병기(倂記)되었는데 왜 “良善”이 아니고 “讓先”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한학에도 일가견이 있으신 그 어른께서 설마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고 믿을 수는 없고 “良善”이란 “착함”을 말함인데 어쩌면 의도적으로 “讓先”으로 표기한 것일 듯합니다. 이 세상에서의 모든 싸움은 서로 양보하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먼저 양보[讓先]”할 것을 넌지시 가르쳐 주신 것이라고 봅니다.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아홉 가지 열매 중에 두 번째로 나오는 “희락(喜樂=joy)”이 누락된 점입니다. 어찌 보면 “기쁨”을 뜻하는 “희락”은 “사랑”이나 “평화”속에도 포함된 요소여서 제외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성경에는 분명히 별도의 “항목”으로 나열된 것이므로 의도적으로 빼놓은 것이 아니라, 너무 여러 가지 항목이다 보니 한 가지를 빠뜨린 것으로 여겨집니다.

성공회 사제(司祭)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독교 복음주의 거장인 ⸢죤 스토트(John Stott, 1921~2011) 목사는《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를 주제로 말씀하면서 아홉 가지를 세 가지씩으로 묶어서 구분하였습니다.  

맨 처음 나오는 세 가지, 즉 ‘사랑’과 ‘희락’과 ‘화평’은 나와 하나님의 관계에서 나오는 열매이고 그 다음으로 나오는 세 가지, 곧 ‘인내(오래 참음)’와 ‘자비’와 ‘양선’은 나와 다른 사람들, 즉 대인관계에서의 열매이며 마지막에 나오는 세 가지, 즉 ‘충성’과 ‘온유’와 ‘절제’는 나 자신, 곧 스스로의 관계에서 열리는 열매를 교훈해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천국백화점의 계산대 담당천사가 “무료”라고 말한 대목입니다. 처음부터 “무료”가 아니라, 그 대금을 모두 하나님께서 “결제(決濟)”해 주셨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선하신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정말 아무런 대가도 없이 너무도 많은 것을 하나님께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나누어야 합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합니다. 용서받았으니 용서해야 합니다. 사랑 받았으니 사랑해야 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말고 선을 행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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