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사법부의 파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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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위에서 본 대로 대륙법의 원조인 독일은 모두 주 정부 의회와 주 정부 사법부에서 각각 선출된 사람들로 법관선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말이다. 프랑스도 법관의 선발과 기타 인사만은 사법부가 독단으로 결정하지 아니하고 널리 일반 시민의 대표, 입법부, 행정부, 법조계의 대표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지방의회를 대표하는 인사까지 포함하는 선발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나라를 구성하는 인구의 다양한 목소리를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단순히 자문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각종 인사위원회와는 달리 법관선발위원회는 실제로 법관인사를 관리하는 인사집행위원회라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의 주의를 끄는 것은 그들의 법관 임명은 특정한 지역의 특정한 직책에 대한 임명이어서 만약에 상급법원의 더 상위직이나 또는 타 지역에 있는 같은 급의 법원의 비록 같은 직급의 법관직을 지원할 경우에도 역시 법관선발위원회가 똑같은 절차대로 다시 공개선발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법원 스스로가 법관을 선발하고 전보하고 승진까지 시키는 우리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왜일까?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법원이 독립된 기구인 것은 맞으나 그것은 재판의 독립성을 의미한 것이지 법관을 임명하고 전보하거나 승진시키는 과정에는 무슨 형태로든지 주권재민의 헌법적 정신에 걸맞는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아는 대로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선거나 기타 방법을 통해 주기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입법권이나 또는 행정권의 행사에 관해서는 최종적 책임성(the accountability)을 추궁할 수 있는데 비해서 모든 판결의 내용과 결과는 그 독립성 때문에 선거를 통해서나 또는 간접적으로 국회의 국정감사나 조사를 통해서 책임성을 추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에 한 나라의 제도가 법관이 스스로 모든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그 때에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서 그의 판결에 관해서도 공식적으로 그 책임성(the accountability)을 요구하는 것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이것은 처음부터 재판 자체의 독립성이 성립될 수 없는 가능성을 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사법부가 법관의 모든 인사를 자율적으로 하면서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 때문에 재판의 책임성에 관해서는 권력의 원천인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아무런 책임도 물을 수 없다면 사법부는 권력은 행사하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비민주적 집단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것이 법관의 인사를 사법부에서 독립된 법관인사위원회에 위임하여 시행하는 취지이다. 따라서 위에서 논의된 우리나라 사법부가 행정부와 거래를 한다거나 입법부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은 사법부가 자기들의 기득권을 보존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권한과 이익과 확대하고 싶은 이익집단으로 이미 굳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아직도 최종판결이 남아 있어서 무엇이라고 단정적으로 논하기에는 이르나 이것은 우리 역사에 최초의 중대한 사건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마지막 보루라고 하는 사법부가 다시는 이처럼 부끄러운 일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실망과 참담함을 이미 느끼고 있는 국민에게 더 이상의 허탈감을 갖지 않도록 사법부 스스로가 과감한 제도개혁과 인적 혁신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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