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여는 시의 향기] 사순절 자화상(욥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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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의 깊은 상념으로

내가 모르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

오늘따라 자꾸만 궁금해온다

잘 나가는 욕심만으로

이런 저런 시늉을 만드는

내 자랑이 한없이 부끄러움을 타고

날개달린 듯 하늘을 치솟는다.

아무도 안 본다는

위안을 업고

교통신호를 보고도 안본 척

눈을 스스로 감아버리는

내가 나를 속이는 버릇이

오늘의 내 자화상이다.

남이야 상관 않고

올라서려는 욕심 때문에

마음껏 짓밟으며

떠오르려는 나를

힘껏 꾸짖어 본다.

꿈에서 헤매이는 몸부림으로

나를 마구 되씹는다.

내 앞에 펼쳐지는 언덕

나의 모습은 파르르

전율을 느끼며

무한대의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다가

어디론가 쳐박혀 죽는 꿈을 꾼다.

죽다가 숨쉬는 감각 속에서

창틈으로 실낱 같은 햇살을 맞으며

다시 태어나는 희망을 본다.

그 희망 속에서 나를 찾는 아픔은

더 큰 고통으로 쌓여오고

고난의 극치를 달리는 고통이

나의 나됨이 은총으로 반겨준다.

그 아픔으로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새 날이 열리고 나는 다시 태어나리라.

<시작(詩作) 노트>

사순절 고난의 기간에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하여 얻는 나의 자화상을 그려본다. 욥의 고난을 음미하면서 욥기 6장 2절부터 3절까지를 들여다본다. “나의 괴로움을 달아 보며 나의 파멸을 저울 위에 모두 놓을 수 있다면 바다의 모래보다도 무거울 것이라. 그러므로 나의 말이 경솔하였구나”이다. 욥기서는 차원 높은 시(詩)이다. 마치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옛 시인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의 시와 같다고 하겠다. 우리의 자화상은 수시로 변할 수 있다. 나도 나를 모르는 자아(自我)가 도사리고 있다가 나를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간다. 사도 바울도 몸부림치듯 자신을 말한 적이 있다. 로마서 7장 22절로 23절이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운다”했다. 오호라 괴로운 인생의 자화상이다. 사순절, 주님의 고난을 음미하며 나의 자화상을 그려본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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